“‘한계’만 보여줬지 한 게 없다.”
최근 만난 법조계 한 관계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 당시 1호 공약으로 탄생한 기관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 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공수처는 출범하는 순간부터 ‘무용론’이 지겹게 따라붙었는데, 이제 어느 정도 평가를 내려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공수처는 ‘감시자를 누가 감시할지’에 대한 제도적 해답이었다.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 등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 특히 무소불위의 검찰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불렸다.
출범 전부터 ‘또 다른 권력기관’을 만드는 게 최선인지 논란이 불거졌지만,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임기는 어느덧 내년 1월이면 끝난다. 김 처장은 2021년 1월 취임사에서 “공정성, 중립성, 독립성이 세발자전거의 세 바퀴처럼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세 바퀴가 제각각 돌아 균형을 잃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여야 관련 고발 사건은 매번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적받았고, 독립성이 보장되는지도 의문이다. 여당 주도로 탄생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가 있지만, 일단 방향성부터 읽기 어렵다.
공수처가 지난달까지 처리를 완료한 사건은 총 7000여 건에 달한다. 이중 기소나 공소제기 요구는 8건(0.1%)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1호 기소’ 사건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 수수 의혹, 부산지검 전 검사의 고소장 분실·위조 혐의 사건은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한 번도 받아들여진 적 없다. ‘표적 감사’ 의혹을 받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공수처의 소환 통보에 5차례 불응한 뒤 되레 출석 날짜를 제시했다. 강제수사에 나서는 건 공수처에 독이 될 것이란 전언까지 들린다.
공수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공수처는 수사기관인데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는다”며 “롤모델인 영국 ‘SFO’(중대범죄수사청)처럼 선택과 집중을 해 진실규명이 필요한 주요 사건만 처리해야 한다. 지금은 인적‧물적 탓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공수처 2기가 들어선다. 이 와중에 김 처장과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 후임자 인선 문제를 논의하는 문자가 포착됐다. 두 사람 모두 추천 과정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 2기 공수처는 수사 역량을 올릴 방안 마련에만 몰두했으면 한다.
[이투데이/김이현 기자 (spes@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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