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밴드도 잘 나가요, 웨이브투어스 북미투어 전석 매진

지난 8월부터 한 달간 총 20회에 걸쳐 진행된 3인조 밴드 웨이브투어스의 북미투어 현장. [사진 Roger Tam]

“태어나서 그런 큰 함성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지난 8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의 UC극장에서는 밴드 웨이브투어스(wave to earth)의 노래가 떼창으로 울려 퍼졌다. 북미 투어 첫 공연의 뜨거운 열기에 세 멤버는 얼떨떨했다. 아이돌그룹도 아닌, 한국 밴드가 미국에서 이런 호응을 받은 건 매우 이례적이다.

한 달간의 투어를 마치고 귀국한 뒤에도 여운은 여전했다. 지난달 세 멤버를 만나 얘기를 들었다. 차순종(26)은 “대기실에 있을 때부터 이미 관객의 떼창 소리가 들렸고, 흥분 상태였다”고 떠올렸다. 신동규(25)는 “미국 관객은 보통 노래를 경청하거나 평가한다고 하더라. 공연 관계자도 그렇게 열광하는 모습은 처음이라며 낯설어했다”고 거들었다.

투어는 시작 전부터 ‘대박’ 조짐이 보였다. 지난 6월 티켓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전석(2만2000석)이 매진됐다. 당초 12회로 계획했던 공연을 20회로 늘렸다.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 캐나다 토론토와 밴쿠버 등 18개 도시를 찾았다.

웨이브투어스는 고교 때부터 알던 세 청년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보자’는 포부를 담아 꾸린 밴드다. 보컬·기타의 김다니엘(26), 드럼의 신동규, 베이스의 차순종이 뭉쳤다. 2019년 싱글 ‘웨이브’로 활동을 시작했다. 첫 단독 공연은 지난 2020년이었다. 김다니엘은 “코로나19로 다양한 팀이 한 무대에 오르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단독 공연을 열게 됐다. 그때 저희 음악을 듣는 분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8월부터 한 달간 총 20회에 걸쳐 진행된 3인조 밴드 웨이브투어스. [사진 웨이비]

관객 300명과 함께한 첫 단독 공연 이후 기회가 늘었다. 차순종은 “첫 단독 공연 이후 500석, 800석 등 규모를 점점 늘려갔다. 태국·인도네시아 등 해외 공연으로 이어졌고, 북미 투어까지 하게 됐다”고 돌이켰다. 인기는 음원 시장에서 증명됐다. 지난 10일 기준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월별 청취자 726만 명을 기록했다. 혁오(46만), 새소년(31만) 등 밴드는 물론, 있지(ITZY, 679만), NCT드림(477만) 등 웬만한 아이돌 그룹에 앞섰다.

해외 반응이 뜨거운 건 영어 가사 덕이다. 지난 4월 발매한 정규 1집 14곡 중 한국어 가사는 3곡 뿐, 나머지는 영어 가사다. 김다니엘은 “홍대에서 오래 활동하며 한국 인디 무대의 한계를 느꼈다”며 “해외 청취층이 곡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선 영어 가사가 유리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팬들 사이에서 ‘가내수공업 밴드’로 불린다. 작사·작곡은 물론 믹싱·마스터링, 앨범 표지 작업까지 전 과정에 멤버들이 참여한다. 록 밴드지만, 사운드는 거칠지 않다. 김다니엘은 “대중이 듣기 좋은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데뷔 5년 차인 이들이 북미 투어를 하게 된 건 CJ문화재단의 ‘튠업’ 뮤지션에 선정된 덕분이다. “멤버 모두가 밴드의 프런트맨이 되길 꿈꾼다”는 웨이브투어스는 오는 18~19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단독 공연을 한다. 내년 상반기 유라시아 투어를 마친 뒤 또다시 북미 투어를 진행할 계획이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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