젬백스&카엘 치매 신약 후보물질
신경염증 관여하는 세포형질 전환
초기 사용할수록 증세 획기적 개선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고성호 교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GV1001은 알츠하이머병으로 바뀐 신경염증 관여 세포의 형질을 다시 전환해줌으로써 각종 치( 매) 증상을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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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치매(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연구개발이 뜨겁다.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약도 있고, 3상 임상시험을 앞둔 약도 있다. 이 중 지금까지 개발된 치료제와는 전혀 다른 기전으로 주목받는 약이 있다. 젬백스&카엘의 신약 후보물질 ‘GV1001’이다. 이미 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2상 임상시험에서 괄목할 만한 치매 평가지표(SIB) 개선 성적을 거두며 세계 석학들로부터 큰 기대를 받는 물질이다. 그런데 이 GV1001의 치료 기전이 최근 명확하게 밝혀졌다.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고성호 교수가 세계적 저널인 ‘뇌, 행동 및 면역(Brain, Behavior and Immunity)’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서다. 고 교수에게 치료 기전과 치매 치료의 가능성에 대해 들었다. 그는 드물게 GV1001 개발 과정에서 세포 실험부터 동물 실험, 임상시험까지 모두 진행한 연구자다.
-2014년에 ‘GV1001이 아밀로이드베타 독성 및 여러 스트레스 요인으로부터 신경세포를 보호한다’는 논문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그 후속 연구인가.
“그렇다. 당시 알츠하이머병 세포 모델을 이용해 GV1001이 신경세포 손상을 막는다는 사실을 규명했는데 어떻게 손상을 막는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어떤 치료 기전을 확인했나.
“GV1001은 인간 텔로머라제의 핵심 부분인 16개 아미노산 서열을 이용해 합성한 펩타이드다. 케미컬(약)과 달리 여러 기전이 동시에 작용하는 ‘멀티 펑션’이다. 이 중 이번에 규명한 건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수용체(GnRHR)’에 GV1001이 결합해 이를 활성화함으로써 신경염증을 완화하고, 신경세포 사멸, 아밀로이드베타 제거 등을 통해 신경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수용체 결합과 신경염증 완화가 선뜻 연결되지 않는다.
“우선 신경염증에 주요하게 작용하는 세포로 미세아교세포와 성상교세포(별아교세포)가 있다. 미세아교세포는 뇌에 존재하는 대식세포로 뇌 신경계의 항상성 유지에 관여하고, 성상교세포는 뇌와 척수에 다량 존재하면서 신경 조직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손상된 뇌와 척수의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근데 알츠하이머병이 진행하면 이들 세포가 원래 기능을 잃어버리고 신경세포를 죽이거나 신경염증을 만들어낸다. 호르몬도 부족하거나 과하면 문제가 되고, 면역 반응도 비정상적으로 일어나면 자가면역 질환이 되는 것에 견줘 이해하면 쉽다. 사실 미세아교세포와 성상교세포에는 GnRHR이 존재하지 않는 거로 여겨졌다. 그런데 우리가 직접 구입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조직과 동물모델의 뇌 조직에서 세 가지 다른 방법들을 이용해서 이들 세포에 GnRHR이 존재하고 발현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를 증명한 뒤 저널 심사위원회에서 받아들여졌다.”
-GnRHR 활성화가 미세아교세포와 성상교세포 역할에 중요한 것인가.
“실제로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 갑자기 알츠하이머병이 많이 발병하는데 여기에는 성선자극호르몬이나 여성호르몬 등이 부족해지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본다. GV1001이 수용체(GnRHR)에 결합하면 이 수용체의 기능을 항진시키는 어고니스트(효능제)로 작용한다. 그러면 신경염증을 유발하는 쪽으로 발현됐던 미세아교세포와 성상교세포가 신경을 보호하는 쪽으로 바뀌게 되면서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미세아교세포가 보호 기능을 갖는 미세아교세포로 변하면 아밀로이드베타를 제거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포의 성격이 스위칭되는 것인가.
“세포 하나가 각각 바뀐다기보다는 정상적인 역할을 하는 세포 형질의 비중이 커진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개념상으로는 맞다.”
-기존 치료제와 기전이 확연히 다르다.
“최근에 개발되는 치료제(레카네맙·도나네맙)는 모두 직접 아밀로이드베타를 제거하는 기전이다. 하지만 초기 환자에서 의미 있는 수준으로 아밀로이드베타를 제거하더라도 결국 증상은 계속 나빠진다. 아밀로이드베타가 트리거는 분명하지만 이것만으로 완벽하게 치료할 순 없단 얘기다. 지난 5월 네이처 메디신에는 ‘아밀로이드 병변이 있는 사람이라도 성상교세포의 생체표지자가 없는 경우 알츠하이머병이 더는 진행하지 않는다’는 논문이 실렸다. 즉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에선 (아밀로이드베타보다) 비정상적인 성상교세포 증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근데 GV1001이 이 과정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이번 논문을 통해 규명한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을 가역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얘긴가.
“신경세포는 재생되진 않는다. 다만 초기에 사용할수록 가역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연구가 인간 알츠하이머병과 가장 유사한 병리 기전을 보이는 삼중 형질전환 마우스 모델을 통한 것이었는데 병의 시기별로 선택적으로 적용했었다. 근데 젊은 쥐에서는 병의 임상 증세가 진행되지 않았다. 이미 손상된 걸 없앨 순 없지만 더 진행하는 것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초기에 쓰면 가역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고 본다. 신경가소성 개념 차원에서 다른 신경세포가 신경 네트워크를 형성해 (손상된 신경세포를) 보완할 수 있는데 이를 GV1001이 잘 도와줄 수 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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