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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내년 회전형 중입자 치료기 가동, 췌장암·간암·폐암 치료 역량 한 단계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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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금기창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가 지난 4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입자 치료 서비스를 선보였다. 탄소 원자를 가속해 만든 에너지빔을 국소 범위의 암세포에 정밀하게 조사해 사멸하는 원리다. 전립샘암 환자를 대상으로 고정형 치료기 1대를 먼저 가동해 만족할 만한 치료 결과를 냈다. 내년엔 세계 최초로 회전형 치료기 2대를 추가로 가동하고 치료 대상 암종을 확대한다. 중입자건립추진본부장이었던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금기창 교수에게 중입자 치료의 장점과 향후 운영 계획을 들었다.

중앙일보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금기창 교수는 “중입자 치료기 3대를 안정적으로 가동해 환자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고 다양한 임상 연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고정형 치료기의 치료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지난 4월 전립샘암 환자를 대상으로 고정형 치료기를 가동했다. 이후 10월 20일을 기준으로 110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첫 환자의 경우 치료를 모두 마치고 진행한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에서 암세포의 크기가 현저히 감소했고 전립샘 특이항원(PSA) 수치가 7.9ng/mL에서 0.01ng/mL 미만으로 떨어졌다. 치료 과정 중에도 별다른 부작용 없이 일상생활을 온전히 누릴 수 있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회전형 치료기는 언제부터 가동하나.

“구체적인 치료 프로토콜을 정립해 내년 3월 회전형 치료기 1대를 먼저 선보이고 9월께 나머지 1대를 가동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암 발생자 수가 늘고 있는 데다 고령화 추세로 수술받을 수 있는 체력적인 여건이 안 되는 환자가 많아졌다. 중입자 치료는 치료 효과뿐 아니라 후유증·합병증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회전형 치료기 2대, 고정형 치료기 1대 등 총 3개의 치료실을 운영함으로써 환자 수용력을 좀 더 높여 나가겠다. 3대를 가동하면 연간 1000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치료 암종도 확대되는 건가.

“회전형 치료기의 첫 치료 후보 암종은 췌장암, 간암, 폐암이다. 이후 순차적으로 두경부암, 골육종암 등으로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여러 고형암과 함께 기존 치료에 저항성이 높았던 국소 진행암, 재발암 등 난치성 암 치료에도 나선다. 특히 회전형 치료기는 360도 방향 중 환자 상태에 맞는 최적의 방향과 위치를 선택해 암세포를 정밀하게 타격한다. 주변의 정상 장기를 보호하면서 암세포 조사 정확도를 극대화할 수 있어 치료 성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이들 암종에 대한 치료 성적은 이미 검증됐나.

“세계적으로 가장 방대한 중입자 치료 임상 데이터를 보유한 일본 방사선의학 종합연구소(QST)가 주요 의학 학술지에 발표한 보고에 따르면 병기가 진행돼 수술이 불가한 췌장암 환자의 경우 항암제와 중입자 치료를 병행했을 때 2년 국소제어율이 80%까지 향상됐다. 국소제어율은 치료받은 부위에서 암이 재발하지 않은 확률이다. 일본 군마대병원에서 치료한 간암 환자의 2년 국소제어율은 92.3%에 달했다. QST의 임상 연구에선 5년 국소제어율이 81%였다. 폐암의 경우 간질성 폐 질환을 동반하면 수술이 어렵다. 하지만 중입자 치료를 시행하면 낮아진 폐 기능과 상관없이 폐를 최대한 보호하면서 국소제어율을 높일 수 있다. 간질성 폐 질환이 있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가 중입자 치료를 받았을 때 생존율에 차이가 없었다는 군마대병원의 문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중입자 치료를 선택한 배경은.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하기까지 수많은 내부 회의를 거쳤으며 앞서 다양한 입자 치료 경험을 쌓은 일본·독일 등을 직접 방문해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 이를 통해 중입자가 우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중입자 치료는 암세포 살상 능력이 탁월하고 기존 치료 방법 대비 낮은 부작용과 짧은 치료 기간으로 환자 부담을 덜어준다. 특히 뼈나 연부 조직에 발생한 육종, 척삭종 등 좀 더 다양한 암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 가장 앞선 형태의 방사선 암 치료법이라는 데에 확신을 갖고 중입자 치료기를 선제적으로 들여왔다. 암 치료의 수준과 역량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향후 계획과 목표는 뭔가.

“중입자 치료기 3대를 모두 안정적으로 가동하고 관련 인력들의 숙련도를 한층 끌어올려 환자에 대한 동시 수용력을 높여나갈 생각이다. 특히 치료 대상자, 방법, 횟수를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라 시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치료기인 만큼 진료와 임상 연구, 기초 연구가 함께 이뤄져 국내에서 중입자 치료가 잘 뿌리내리고 꽃피울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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