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제로도시 프로젝트' 가동…전방위적 대응
빈대공포 확산에 숙박업소·대중교통 방역 강화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일 시청 간담회장에서 열린 '빈대제로 도시 프로젝트' 전문가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1.09. kkssmm99@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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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지하철이나 버스에 자리가 있어도 앉지 못하겠어요. 행여나 옷에 빈대가 붙어있을까봐 집에 들어가기 전에 옷을 여러 번 털고 들어가요."
전국 각지에 빈대가 출몰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출퇴근 대중교통이나 모텔, 호텔 등 공공장소 이용을 꺼리는 사람도 늘었다. 여기에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까지 퍼지면서 빈대 공포가 더욱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빈대 제로 도시'를 선언하고, 전방위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오 시장은 해외 빈대 확산 소식을 접한 후, 국내에 빈대가 출몰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전부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 부서에 선제적 대응을 지시했다고 한다.
오 시장은 지난 9일 보건의료, 감염병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해 '서울시 빈대대책 전문가 간담회'를 갖고 방역 현황과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선제적인 대응을 강조했던 이유는 파리에서 빈대가 엄청나게 번져서 손을 쓸 수 없다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외신기사를 봤기 때문에 대책본부를 신속하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빈대는 감염병을 전파하지는 않으나 흡혈 활동으로 사람의 피부 등에 가려움을 유발하고 번식력이 강한 만큼 일반 살충제 등으로는 방제가 어려운 해충이다.
오 시장의 지시 하에 시는 지난 3일부터 빈대를 발견할 경우 각 자치구 보건소, 120다산콜센터를 통해 신고할 수 있는 '빈대발생 신고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센터를 통해 빈대발생 신고가 접수되면 관련부서나 보건소가 현장에 직접 출동해 빈대 유무와 소독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보건소에서 방제까지 지원하는 체제로 운영된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6일까지 빈대 관련 민원이 총 232건 접수됐다. 지난달에 52건이 접수된 반면 이달 1일부터 6일까지 6일 만에 180건이 접수됐다.
이중 방역요청이 157건으로 가장 많았다. 개인주택 74건, 숙박시설 28건 등 순이었다. 실제로 서울에서 빈대출현이 확인된 사례는 총 23건이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자, 시는 지난 8일 전국 최초로 온라인으로 빈대 출몰을 신고할 수 있는 창구도 만들었다.
빈대가 발생하면 서울시 홈페이지의 '빈대발생 신고센터'에서 신고하면 된다. 신고가 접수되면 자치구에서 현장 출동해 빈대 출현 여부를 확인하고 방제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신고센터에서는 시에서 제작한 빈대 관련 교육·홍보 자료와 빈대 소독업체 명단 등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또 빈대 출몰이 우려되는 호텔과 목욕탕, 쪽방, 고시원, 공항버스 등에 대해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이 밖에 매일 빈대탈피 흔적, 배설물 등을 확인하는 업소에는 '빈대 제로 관리시설'임을 인증하는 안심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전국에서 빈대가 출몰하는 가운데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시메트로9호선 김포차량기지에서 방역 업체 직원들이 지하철 의자를 고온 스팀 청소 및 소독하고 있다. 2023.11.09. xconfind@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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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빈대 방제와 위생점검 등에 5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숙박업소·찜질방 등 3175곳에 대한 특별점검실시, 빈대제로 스티커 부착 등 민간협회 자율예방 관리지원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빈대 제로도시 프로젝트'를 가동됐다.
또 지하철과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을 대상으로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빈대 방역에도 집중적으로 나섰다.
지하철에서 빈대를 봤다는 목격담이 온라인에서 퍼졌으나, 실제로는 현재까지 지하철에서 빈대가 발견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최근 지하철에서 빈대 출현 의심 신고가 8건 접수됐으나, 모두 빈대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서울 지하철 58%가 직물 소재 의자인데 밑에 차가운 철제가 있어서 빈대 서식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빈대 확산을 막기 위해 지하철 전동차의 직물 소재 의자는 월 1회 실시하던 고온스팀 청소를 월 2회로 강화한다. 등받이와 의자 사이 음식물 등 오염물질을 원천 제거해 청결을 유지하고, 환경부 승인 살충약제(에토베가유제, 비오에토유제)를 월 최대 4회 살포하기로 했다.
승강장·대합실·화장실 등에도 방역 약제를 분사하고 있으며, 직물 의자를 폴리카보네이트 의자 전동차로 순차적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9호선과 우이신설선, 신림선 등도 정기방역 외에 특별방역을 진행 중이다.
버스의 경우 차량 내 직물소재 의자가 거의 없지만, 공항버스 등이 운영되는 만큼 빈대 맞춤 방역 조치를 실시한다. 장애인콜택시와 외국인관광택시를 포함한 모든 택시도 소독제와 청소기 등을 활용해 차량 위생을 관리한다.
온라인에서는 빈대에 대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불필요한 공포심까지 조성되고 있다. 여기에 '빈대퇴치에는 규조토가 좋다', '하루종일 집안에 불을 켜두면 빈대가 없어진다' 등 검증되지 않은 퇴치법도 떠돌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유튜브를 통해 '가짜뉴스 팩트체크' 제목의 영상을 제공했다. 올바른 빈대 예방·관리법으로 일상 속에서 겪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은 "빈대 문제에서는 타협하지 않겠다"며 "반드시 시스템을 안착시켜서 '빈대 제로 도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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