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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빈대 공포 확산

“무슨 1980년대도 아니고” 모기보다 7배 무섭다는 ‘빈대’에 전국 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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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교통공사 용산차량기지에서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빈대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 특별 살충 작업이 이뤄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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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빈대 출몰 의심 사례가 나오면서 배재대가 대학 국제언어생활관 내 학생 거주 공간과 샤워실, 화장실, 인터넷 카페 등에 대해 예방 소독과 방역을 하고 있다. 배재대는 다음 달 2학기 종강 이후 생활관 내 매트리스 1645개를 모두 교체하고, 매달 정기적으로 소독할 예정이다. [배재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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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여기 빈대 있는 것 같아요”, “벽에 곰팡이로 봤는데 빈대 아닌가요?”

전국이 빈대로 난리다. KTX, 목욕탕, 기숙사, 가정집 등을 막론하고 빈대가 의심된다는 목격담이 속출하고 있다. 1980년대까지 기승을 부리다 소독차가 살충제를 뿌리는 등 국가적 차원서 박멸에 나서 사라진 것으로 인식되던 빈대가 2023년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중앙 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에서도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정도다.

최근 경기도 내 한 4년제 사립대학교 재학생들이 이용하는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벌레 사진을 올리며 빈대인지 묻는 게시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특히 단체 생활을 하는 기숙사 입소생들 가운데서는 불안감이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달 19일 대구의 한 사립대학교 기숙사에서도 학생이 빈대에 물렸다는 신고가 접수돼 대학 측이 긴급 소독에 나선 바 있다.

앞서 유튜버 다흑은 ‘너무 역겹고 충격적이라 고민했습니다. 심각성이 보이시나요?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인천 모 사우나의 빈대 출몰 소식을 알렸다. 해당 영상이 알려진 이후, 한 누리꾼은 “저 빈대들은 처음에 저 지하에 있는 사우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2층에 있는 고시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9일 기준 KTX와 전철 등 열차에서 빈대가 발견되거나 의심 신고가 접수된 적은 없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과 SNS 등에서 빈대 관련 우려가 나오고 있어 철도 내 빈대 유입 가능성을 두고 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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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가 흡혈을 위해 피부에 붙어 있다. [원스톱방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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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는 다 자라봐야 최대 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엄청난 생존력과 흡혈량은 물론 물릴 경우 극심한 가려움증에 더해 불면증, 스트레스까지 초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동규 고신대학교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앞서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분류학적으로 모기는 파리목인 반면 빈대는 노린재목으로 빈대는 날개가 없다”며 “모기는 암컷 성충만 흡혈하지만 빈대는 먹이 자체가 혈액이기에 새끼인 약충도 흡혈을 한다. 알에서 부화하고 나서부터는 죽을 때까지 계속 혈액을 빨아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빈대의 흡혈량은 모기의 7배 이상이며 흡혈시간도 짧게는 3분 길게는 10분 정도로 그만큼 많이 빨아 먹는다”며 “빈대에 물리면 모기보다 훨씬 더 가렵다”고 강조했다.빈대의 경우, 한군데만 빠는 게 아니라 적어도 세군데 이상을 빨기 때문에 많이 부풀어 오르는 특징도 지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빈대를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침대 스프링 및 프레임, 매트리스 및 베개 시접부분, 이불 이음새, 소파 틈새 등 빈대 서식지는 확인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물려봐야 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배설물이나 탈피 허물 등 부산물을 통해 빈대 유무를 판단하는데, 빈대도 흡혈, 즉 먹어야 배설물을 싼다.

빈대 출몰 공포에 관련 제품 판매량도 껑충 뛰었다. 하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침구 청소기와 건조기 매출은 직전 동기(10월 25∼31일) 대비 2.7배 늘었다. G마켓에서는 이 기간 빈대 퇴치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52% 늘었다. 같은 기간 11번가에서도 진드기제거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59.7%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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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빈대제로 도시 프로젝트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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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10일 빈대 확산 방지 대책회의를 열고 숙박업소나 목욕탕 같은 공중위생영업소와 사회복지시설에서의 빈대 발생 상황과 대응 체계를 점검했다. 또한 살충제 긴급 사용승인 등 관련 내용을 소관 시설에 신속히 전파하는 등 조치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최근 빈대 출현으로 시민 불안감이 높아지자 전국 최초로 빈대신고센터를 운영하고 한국방역협회와 협력해 방제 교육까지 지원하는 빈대 관리 특별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민이나 업체에서 빈대 발생 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시 관련 부서와 보건소에 즉시 전달돼 발생 위치와 현황을 파악하고 방역에 나선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빈대 방제를 위해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디노테퓨란으로 만든 살충제 8개 제품을 긴급 사용 승인했다. 이는 빈대가 기존에 사용하던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저항성을 형성했다는 점을 고려한 조처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과학원에 추가 살충제 긴급 사용 승인을 요청한 바 있다. 긴급 사용 승인 기간은 1년이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는 국내에서 모기·파리·바퀴벌레를 방제하기 위한 용도로 이미 사용되고 있다. 이번에 사용 승인된 제품은 모두 전문 방역업자가 사용하는 방제용이며 가정용이 아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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