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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장, 후임자·영장판사 고르다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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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문자 메시지 노출돼 논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이 10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여운국 공수처 차장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후임 공수처장 추천을 상의하는 휴대전화 화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처장은 임기를 2개월 남겨 놓고 있다. 법적으로 공수처장은 후임자 추천에 관여할 수 없다.

두 사람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3명의 이름을 거론하며 특정 영장전담 판사를 피하기 위해 구속영장 청구 시기를 고르는 내용의 메시지도 주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것을 통상 ‘판사 쇼핑’이라고 부른다.

공개된 메시지를 보면, 김 처장과 여 차장은 이날 판사 출신 법조인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의견을 주고받았다. 김 처장은 먼저 여 차장으로부터 ‘강경구, 호제훈은 저랑 친한데, 수락 가능성이 제로입니다. 강영수 원장님도 수락할 것 같지 않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여 차장이 언급한 인물들은 모두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다.

이에 김 처장은 ‘예 알겠습니다. 수락 가능성 높다고 사람 추천할 수도 없고요 참’ 이라고 답장했다. 이어 ‘지난번에도 차장 후보로 검사 출신은 그래도 오겠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판사 출신은 쉽지 않을 겁니다. 여기가 좀 동네가 험해서요’라고 했다. 김 처장이 여 차장에게 공수처장 후보를 물색해보라고 지시하고 그에 대한 보고를 받는 것으로 보이는 문자 대화였다.

조선일보

후임자·영장판사 논의한 공수처장과 차장 - 김진욱(왼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여운국(오른쪽) 공수처 차장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언론에 포착됐다. 후임 공수처장 추천 문제와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은 영장 전담 판사를 고르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공수처장은 법적으로 후임자 추천에 관여할 수 없고, 영장 전담 판사를 선별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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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자를 놓고 법조인들은 “공수처장이 추천할 후임자를 알아봤다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며 “특정 직역(판사) 출신에 편중된 것에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공수처장은 여야 각 2명,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 총 7명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에서 후보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지명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가 공수처 측과 후임자를 상의한 적은 없다”면서 “김 처장이 야당을 통해 후임 인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했다.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의 특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지목하면서 해당 판사를 피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는 문자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현재 공수처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과 관련해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에 대한 체포 또는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총장은 국정감사 일정 등을 이유로 소환에 불응했다.

여 차장은 이날 김 처장에게 ‘5번째 영장은 처장님 말씀하신 대로 시기를 신중하게 고려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김 처장은 ‘윤재남 이민수 1패(敗)씩으로 그래도 유 부장만 피하면 두 사람은 등등 같습니다. 이번에 결과 보니요’라고 답장했다.

김 처장이 언급한 유 부장은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보인다. 윤재남·이민수·유창훈 등 문자에서 거론된 사람들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공수처가 청구한 영장 실질심사를 담당한다.

공수처는 지금까지 여러 사건으로 4번의 영장을 청구했는데 모두 기각당했다. 최근엔 이민수 부장판사가, 지난 8월엔 윤재남 부장판사가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각각 감사원 3급 과장 김모씨,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에 대한 구속영장이었다. 이 부장판사는 감사원 김모씨 영장을 기각하면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 피의자가 개입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직접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고, 뇌물 액수 산정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김 처장과 여 차장은 ‘그럼에도 유창훈 부장판사는 피해서 영장을 접수시켜야 한다’는 대화를 나눈 셈이다. 법조인들은 “공수처장과 차장이 ‘판사 쇼핑’을 논의한 셈”이라고 했다. 그 배경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번에 유병호 사무총장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면 김 처장 재임 중에 공수처가 청구한 모든 체포·구속 영장은 기각되는 것”이라고 했다. ‘전현희 표적 감사 의혹’ 수사 방향에 대해선 공수처 내부에도 이견(異見)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김 처장은 예결위장에서 문자 내용을 해명하면서 말을 바꾸기도 했다. 처음에는 “후임 인사를 언급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가 “사실은 후임 예상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처장이 후임 인사에 관여한 것이냐”고 질의하자 김 처장은 “그건 아니다”라고 했다. 전 의원이 “무슨 수락 가능성을 얘기하느냐”고 재차 물어보자 “어쨌든 그건 아니다. 저희가 여러 가지 위원회도 있고”라고 답했다.

그러나 전 의원이 “명단을 누구한테 전달하려고 하는 거냐. 야당이 추천한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 또는 모종의 민주당 인사에게 전달하려는 것 아니냐”라고 추궁하자, 김 처장은 “어디 전달할 건 아니고 저희가 사실은 후임 공수처장이 누가 될 건지에 대해 법원 출신 아니면 검찰 출신이 올 거 아니냐. 그 부분에 대한 예상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전 의원은 “만약 야당에 내통하는 사람이 있다면 공수처장이야말로 탄핵 심판에 올라야 한다”고 했다.

김 처장은 ‘공수처가 영장 전담판사를 고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영장 청구를 신중히 하자는 취지”라고 답했다.

조선일보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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