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교통공사 용산차량기지에서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빈대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 특별 살충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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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모(30‧대학원생)씨는 요즘 대중교통만 타면 괜히 몸이 간지럽다. 최근 기차 탑승 후 코트에서 빈대가 떨어졌다는 목격담을 본 이후부터다. 혹시 대중교통에서 빈대가 옮지 않을까 걱정이 커졌다. 유씨는 “조금만 가려워도 빈대일까 걱정된다”라며 “사진을 찍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물어보고, 매일 X(구 트위터)와 커뮤니티에 빈대 관련 글을 읽는다. 혹시 아파트 벽을 타고 빈대가 내려올까 하루하루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빈대 출몰 뉴스와 목격담이 나오면서 청년들의 빈대 포비아(빈대 공포증)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빈대 목격담이 공유되고, 몸에 난 자국을 보여주고 빈대에게 물린 것이 맞는지 확인해달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유럽 지하철 직물 의자에 빈대가 기어다니는 영상이 퍼지자, 국내 대중교통 직물 의자 교체를 위해 함께 민원을 넣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 1일 한 커뮤니티에 ‘빈대 때문이라도 지하철, 기차 직물 의자들 싹 교체해야 함’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직물 의자는 빈대뿐만 아니라 진드기, 먼지, 곰팡이, 각질, 세균 등으로 문제가 심각하다며 국민신문고와 각 지역 교통공사, 코레일 등에 민원을 넣자고 제안했다. 작성자는 “지하철 직물 의자를 스팀 방역한다 해도 매시간 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며 “몇십년 인력과 비용을 들일 바에 의자를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로 교체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해당 게시물은 작성 일주일 만에 4만 조회수를 넘고 17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현재 국내에서 발견되는 빈대가 해외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 분석에 해외여행객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스페인에서 여행 중인 오모(25)씨는 숙소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후기를 꼼꼼하게 확인하며 빈대가 한 번이라도 나온 곳은 제외하는 식이었다. 오씨는 “결국 비싼 숙소에 가게 됐지만, 빈대 걱정을 하는 것보단 낫다”고 말했다. 귀국 후 방제 계획까지 마쳤다. 그는 “출국 전 빈대 퇴치제도 구매했으나 안심하긴 이르다”며 “귀국 후 여행 가방 밀봉 소독과 스팀 청소 등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빈대 출몰이 잦은 해외 거주자들의 빈대 박멸 후기와 빈대 찾는 꿀팁도 인기다. 최근 트위터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외 숙소에서 빈대 찾는 법’, ‘빈대 퇴치기’ 등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1일 한 커뮤니티엔 ‘빈대랑 8개월 사투를 벌인 사람이 말하는 정말 효과적인 빈대 퇴치법’이라는 제목의 글이 인기를 모았다. 작성자는 “7년 전 미국 텍사스에 저렴한 아파트로 이사 갔다가 빈대 때문에 죽도록 고생하면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쓴 글”이라며 그간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정보 팩트 체크와 빈대 퇴치 방법을 자세하게 적었다. 이 게시글엔 8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고 17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5일 서울 한 쪽방촌 골목에 '빈대' 등 감염병 예방 수칙을 담은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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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끝나니, 빈대믹 왔다”
빈대가 주춤하기는커녕 오히려 전국에 확산하자, 청년들의 공포감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차라리 코로나19 유행 시절이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직장인 윤모(29)씨는 “코로나19나 빈대나 무섭긴 매한가지”라며 “ 그래도 코로나19는 일주일 정도 아프면 괜찮아지고 면역도 생긴다. 하지만 빈대는 예방도 안 되고 박멸도 어려우니 골치가 아프다”고 푸념했다.
온 가족이 한마음으로 뭉쳐 빈대 예방에 힘쓰기도 한다. 직장인 이주영(29)씨는 매일 검색한 빈대 관련 뉴스와 정보를 모바일 메신저 가족 대화방에 공유하는 게 일상이 됐다. 그는 “지하철 좌석에서 빈대가 옮을 수 있으니, 가족들에게 앉지 말라고 했다”며 “가족 모두 외출복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집에 들어가기 전 현관문 앞에서 겉옷을 벗고 턴다. 현관 앞에선 소독용 에탄올로 옷과 휴대폰을 소독하고, 외출복은 가정용 의류관리기에서 살균한다. 이씨는 “빈대 출몰 이후 집에 들어가기 전 할 일이 많아져 귀찮기도 하지만, 이렇게 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잇따른 빈대 발생 신고에 국민 공포감이 커지자,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도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 3일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환경부, 교육부 등 10개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빈대 정부합동대책본부’를 마련했다. 합동대책본부 총괄을 맡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8일 오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질의에서 “(대책본부 출범은) 국민들이 너무 불안해 하는 것 같아서 정부가 일단 개입해서 해결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 동안 빈대 집중 점검 기간도 가진다. 정부는 오는 13일부터 4주 동안 ‘빈대 집중 점검 및 방제 기간’을 운영해 빈대 발생 상황을 집중 점검한다. 질병관리청은 기존에 사용하던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빈대가 저항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모기·파리·바퀴벌레를 잡을 때 사용하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빈대 퇴치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국립환경과학원에 긴급 사용 승인을 요청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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