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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빈대 공포 확산

"괜히 간지럽네" 빈대 더 불안한 쪽방촌…'고온 스팀' 뿜어진 날[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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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쪽방촌 건물. 방역업체 직원들은 이곳을 대상으로 방역을 진행했다. /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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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0시20분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한 건물 앞. 하얀색 방역복에 검은 마스크를 둘러쓴 방역업체 직원 2명이 고온 스팀 소독기를 들고 등장했다. 좁은 계단을 타고 쪽방촌 건물로 들어가니 '빈대 퇴치 방역 안내'라는 전단지가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부터 쪽방 건물 64개동에 대해 이불, 벽 틈새까지 방역을 할 예정이니 문을 열고 집에서 대기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서울역쪽방상담소 직원들이 방문을 두드리며 "방역 작업하겠다. 문 열어달라"고 외치자 주민들은 하나둘씩 복도로 나왔다. 이곳에 3년간 거주했다는 박경만씨(69)는 "빈대를 본 적은 없지만 워낙 얘기가 많아서 걱정되긴 했다"며 "이 방에는 가끔씩 벼룩이 지나다니는데 괜히 간지러웠다. 이렇게 와서 방역을 해준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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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쪽방촌 건물. 9일 오전 10시부터 빈대 퇴치 방역을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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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빈대가 출몰한다는 민원 신고가 접수되면서 서울시는 쪽방촌과 숙박시설, 지하철 9호선 등을 대상으로 빈대 방역 작업에 들어갔다. 서울 용산구 내 쪽방촌에는 64개동이 있으며 현재 약 1244가구가 머물고 있다. 이날 방역 작업에 나선 건물은 35~40년된 3층짜리 노후 아파트로 40대부터 70대까지 약 30가구가 머물고 있다.

그동안 쪽방촌은 코로나19 예방과 해충 예방을 위해 매달 1~2회 소독 작업을 해왔다. 빈대 관련 신고가 들어온 적은 없지만 최근 들어 빈대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추가로 방역 작업을 진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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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0시20분쯤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쪽방촌 건물. 방역업체 직원들은 이곳을 대상으로 방역을 진행했다. /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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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업체 직원들은 1평 남짓의 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손전등을 꺼내들었다. 방바닥에는 바퀴벌레 퇴치 스프레이부터 가스 버너, 생수와 쌀, 각종 생활용품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직원들은 이불과 장판, 옷더미, 천장, 문틈 사이 등을 꼼꼼하게 비추며 살펴봤다.

방역업체 관계자는 "빈대는 육안으로 봤을 때는 바퀴벌레랑 구분하기 쉽지 않다"며 "크기도 워낙 작고 어두운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손전등을 켜고 유심히 봐야 한다. 쪽방촌은 다른 곳보다 공간이 워낙 작기 때문에 쉽게 퍼질 수 있어 더 구석구석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는 165도 고온 스팀기를 켜고 방안 이곳 저곳을 훑어내렸다. 천장에 있는 거미줄부터 바닥을 지나다니는 작은 벌레까지 스팀기를 갖다대자 내부는 금세 하얀 증기로 가득했다.

그는 "보통 빈대는 50도 이상에서 사멸한다"며 "이렇게 스팀기를 작동한 뒤에는 잔재물을 치워야 하니까 청소기로 빨아들인다. 빈대 알이 생기지 않도록 추가로 약을 도포한다"고 말했다.

이날 방역업체 직원들이 방 4곳을 작업한 결과 빈대 한 마리가 발견됐다. 그는 "20분 동안 공간을 소독했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앞으로는 괜찮을 것"이라며 "빈대 퇴치를 위해서 주기적으로 이런 식의 작업을 해주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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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쪽방촌 건물. 방역업체 직원들이 165도 고온 스팀기를 이용해 내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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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거주한 지 3년 정도 됐다는 김모씨(59)는 "혼자 살긴 하지만 아무래도 건물에 방이 많다 보니까 옆방에도 자주 간다"며 "평소에는 바퀴벌레 약을 뿌리는 식으로 대비했다. 혼자서 방역 업체를 부르기엔 비용 부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쪽방촌에 산지 10년 이상 됐다는 고모씨(82) 역시 "1960년도에 빈대가 자주 출몰했는데 요즘 다시 생겨났다고 하니 깜짝 놀랐다"며 "아직까지 이곳에서 빈대는 본 적은 없는데 이전에는 바퀴벌레 때문에 한창 고생했다. 약을 사서 천장, 냉장고 바닥에 붙이고 그랬다"고 말했다.

서울역쪽방상담소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 건물이 워낙 오래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방역 업체 관계자는 "최근 들어서 예약이 5배 정도 늘었다"며 "풀밭 같은 곳에서 활동하다가 집에 들어왔을 때 최대한 옷을 터는 게 중요하다. 빈대를 발견하게 되면 무조건 옷을 고온 세탁해야 하고 여유가 된다면 옷을 버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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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쪽방촌 건물. 방역 작업이 끝난 이후의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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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쪽방촌, 고시원에서 빈대 발생여부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자율점검표를 제작해 배부하고 상시 청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위생용품을 지원할 예정이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빈대는 질병 매개 해충은 아니지만 흡혈로 인한 불편과 알레르기, 심리적·경제적 피해를 주는 해충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빈대를 발견할 경우 보건소, 120 또는 '빈대발생 신고센터'에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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