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까지 서울에만 23건 출현 신고
빈대제로 프로젝트 가동, 특별점검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일대에서 방역업체 직원들이 스팀 고온 살균을 통한 빈대 방역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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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 하겠습니다!"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좁은 골목길 사이로 흰색 방역복으로 온몸을 꽁꽁 싸매고, 다양한 작업도구를 양손에 든 요원들이 출동했다. 이 곳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했냐고?
아니다. 요즘 서울에 출몰하는 '빈대' 퇴치를 위해 투입된 방역업체 직원들이다. 작업은 꼼꼼하게 이뤄졌다. 직원들은 먼저 손전등으로 방 안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빈대 서식 여부를 확인한 뒤, 각종 살림도구를 들춰내고 165도 고온 증기를 이용해 방 전체를 고온 살균했다. 이불, 옷가지, 천장, 장판 밑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력한 증기가 뿜어져 나오자 숨어있던 벌레가 화들짝 놀라 방 바깥으로 달아나는 광경도 목격됐다. 소독업체 관계자는 "스팀으로 고온 살균하면서, 진드기나 각종 벌레를 물리적으로 없애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일대에서 방역업체 직원들이 스팀 고온 살균을 통한 빈대 방역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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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열악한 1평 남짓 공간에서 생활하는 쪽방 주민들도 빈대가 나올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인근 다른 쪽방 건물에서 이미 세 건의 빈대 신고가 접수됐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았다는 한 주민은 "한국에서 박멸됐던 빈대가 다시 나타났다니 걱정된다"며 "내 몸부터 깨끗하게 단속해야 할 것 같다"고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서울시는 이날 동자동 쪽방 건물 64동 1,244가구에서 방역을 진행했다. 유호연 서울역쪽방상담소장은 "전국적으로 빈대 출몰에 대한 소식이 이어지면서 주민들도 불안해하고 있다"며 "고온 살균 방식은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선제적으로 방역하는 데는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개화동로 지하철 9호선 김포차량기지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고열 스팀과 진공 청소기, 약품 등을 사용해 살균과 살충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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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까지 전국 17개 시·도에서 접수된 빈대 의심 신고건수는 30여 건. 서울에서는 빈대 출현이 확인된 사례만 총 23건으로, 의심 신고까지 더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날 강서구 김포차량기지에서 전동차 의자를 고온 증기로 소독했고, 종로구 호텔에서도 위생점검을 진행했다.
서울시는 또 이날 오후 보건・의료 감염병 관련 전문가들과 빈대 퇴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빈대대책 전문가 간담회'를 가졌다. 오세훈 시장은 "빈대가 질병을 옮기는 해충은 아니지만 퍼지면 걷잡을 수 없는 만큼, 신고부터 방제, 확인까지 3중 방역망으로 모든 부서가 총력 대응하고 있다"며 "숙박 등 빈대 발생 가능성이 높은 시설은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자율 방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빈대제로 도시 프로젝트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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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앞서 '빈대 제로도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빈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빈대 발생 위험이 높은 숙박업소와 찜질방 등 3,175곳에서 특별점검을 진행하는 한편, 지하철·버스·택시 등 대중교통도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하철 방역 횟수도 최소 기준인 연간 9회를 넘어 연간 30회 실시하고, 직물 의자는 향후 빈대 서식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재질로 교체할 계획이다.
빈대 발생 시 행동요령에 따르면, 빈대를 발견한 지점을 중심으로 고열 증기를 서식 장소에 분사한 뒤 청소기 등으로 오염 장소를 흡입해 봉투에 밀봉, 폐기해야 한다. 오염된 직물(의류, 커튼, 침대 커버 등)은 건조기를 이용해 소독하고, 오염 매트리스나 가구 등은 반드시 처리후 재사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빈대에 물렸을 땐 물과 비누로 씻고, 증상에 따른 치료법이나 의약품 처방은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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