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출신 정관장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 사진 한국배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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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코트에 인도네시아 바람이 분다. 정관장의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왓티 퍼티위(24·등록명 메가)의 활약 덕분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번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와는 별도로 아시아쿼터 외국인 선수 1명을 추가로 뽑는 제도를 신설했다. 정관장은 아시아쿼터 중 최장신(1m85㎝)인 메가를 뽑았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개막 전 "공격력과 블로킹이 좋아 선택했다. 함께 훈련해보니 성실함도 갖췄고, 인성도 좋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관장과 고 감독의 선택은 맞아떨어졌다. 메가는 1라운드 6경기에서 138점(6위)을 올리며 팀을 3위(4승 2패)로 이끌었다. 지난해 승점 1점이 모자라 봄 배구를 하지 못했던 정관장은 7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다.
공격성공률은 전체 1위(48.5%). 특히 외국인 선수들이 맡아야 할 오픈공격(2위)과 후위공격(2위) 성공률이 좋았다.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덕분에 15표를 받아 흥국생명을 1위로 이끈 김연경(6표)을 제치고, 1라운드 MVP까지 수상했다. 메가는 "MVP를 받아 매우 영광스럽다. 감독, 코치님을 포함한 스태프 덕분이다. 앞으로도 팀을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출신 정관장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 사진 한국배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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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는 이슬람교 신자다. 경기 때도 히잡(얼굴 일부와 머리를 천으로 감싸는 이슬람 의상)을 착용한다. 그는 "경기용 히잡이 따로 있다. 머리와 목에 핀을 꽂아 고정하기 때문에, 벗겨지거나 불편하지 않다"고 했다. 구단은 인도네시아에서 거주한 적이 있는 김윤솔(22)씨를 통역으로 고용해 메가의 생활을 돕고 있다.
성적 뿐만이 아니다. 최근 V리그 여자부 정관장 경기에선 인도네시아 국기를 볼 수 있다. 과거 튀르키예 리그에서 김연경을 보기 위해 태극기를 펄럭였던 한국 팬들처럼, 인도네시아 팬들이 메가를 위해 인도네시아 국기를 들었다.
송명규 정관장 홍보팀장은 "대전에서 열린 주말 홈 경기엔 70명 정도가 찾아왔다. 페퍼저축은행과 광주 경기에선 약 150명으로 늘어났다. 안산에서 오신 분들이 많지만, 대구와 창원 등에서 버스를 대절해 오신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국기를 들고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 사진 한국배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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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인구 인도·중국·미국에 이은 인구 4위(약 2억7000만명)다. 이주노동자가 많은 안산에만 2000여명의 인도네시아인이 산다. 축구 국가대표 아스나위(전남)가 2021년 K리그 안산 그리너스에 입단했을 때도 열풍이 불었다. 메가는 "아스나위를 알고 있다. 나도 아스나위처럼 알려지고, 다른 선수들도 한국에 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단 공식 SNS도 뜨겁다. 7월에 2만명 정도였던 배구단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9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메가의 1라운드 MVP 수상을 축하하는 게시물에는 인도네시아 팬들의 축하 메시지가 가득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배구는 인기 스포츠가 아니지만, 메가 덕분에 관심이 늘고 있다. 메가도 보답하기 위해 함께 사진을 찍고, 감사 인사를 하는 등 팬 서비스를 열심히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팬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메가. 사진 한국배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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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민 KOVO 홍보팀장은 "지난달 중계방송사 및 스포츠 콘텐트 관계자들이 모이는 박람회에서 인도네시아 에이전시가 '정관장 경기 중계권을 구매하고 싶다'며 관심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국내 방송사에서도 정관장 경기 직전에 '메가 스페셜' 하이라이트를 편성하기도 했다. SBS 편성 관계자는 "메가는 라운드 MVP를 수상했고, 화제성도 뛰어난 선수다. 그 전에는 김연경 선수의 하이라이트만 만들었는데 이번에 메가 편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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