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혐의 감사원 간부 구속영장 기각…공수처 '4전 4패'

법원 "직접 증거 부족" 기각 사유 설명

출범 이후 공수처 구속영장 4번 다 기각

수사력 부족 문제 다시 도마 오를 듯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건설사들로부터 10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감사원 간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감사원 3급 간부 김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주요 혐의에 대해 상당한 의심이 들지만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 현 단계에선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또 "현재까지 수집한 증거들에 대해 반대신문권을 보장하고 뇌물액 산정에 관해서도 반박자료를 제출할 충분한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전날 낮 12시20분쯤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면서 '혐의를 부인하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혐의를 묻자 "죄송하다"고 말한 뒤 법원을 빠져나갔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는 사유를 강조한 것을 고려하면 범죄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 구속 필요성뿐 아니라 혐의 자체에 대한 입증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서 공수처는 이른바 '고발사주' 수사에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전부 기각됐다. 이후 뇌물 혐의를 받는 경찰 간부에 대해서 청구한 영장도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1년 1월 출범 이후 지금까지 접수한 4건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된 것이라 그간 지적받았던 수사력 부족 문제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는 2020년부터 건설 및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분야 감사를 담당한 인물로, 차명 회사를 만든 뒤 피감기관으로부터 억대 공사를 따내는 방식으로 10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감사원은 김씨의 비위 정황을 포착해 2021년 10월 공수처에 김씨를 수사의뢰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감사원 3급 이상 공무원의 수뢰 혐의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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