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구속영장 ‘4전 4패’... 뇌물수수 혐의 감사원 간부도 기각

서울 종로구 감사원./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공직자 범죄를 수사한 뒤 청구한 구속영장이 네 번 연속 법원에서 기각됐다. 공수처가 청구하는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공수처의 수사력에 대한 비판이 커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건설업자로부터 공사를 수주하는 방식으로 10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감사원 간부에 대해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전날 감사원 3급 간부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

이 부장판사는 “A씨의 지위, 공사 도급 계약의 체결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A씨의 개입으로 공사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A씨가 (공사 계약 등에) 개입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고, 현재까지 현출된 증거들에 대해서는 반대 신문권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의자에게 반박자료 제출을 위한 충분한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A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면서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은 변함이 없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감사원 국토·해양감사국에서 과장으로 근무한 A씨는 2021년 9월 업무 시간에 직무와 연관된 건설업체 관계자와 동남아 여행을 함께 간 사실이 내부 감찰로 적발됐다. 여행 경비는 각자 부담했지만, 정식 휴가를 내지 않고 여행을 갔다는 게 문제가 됐다.

감사원은 그해 10월 A씨가 건설업체 등에서 금품을 받은 정황도 포착해 공수처에 수사를 의뢰했다. 공수처법상 감사원 3급 이상 공무원의 수뢰 혐의는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해당한다. 공수처는 작년 2월 A씨를 정식 입건하고 두 차례에 걸친 감사원 압수 수색 등을 통해 내부 감찰 자료 등을 확보했다. 공수처는 A씨가 지인 명의로 회사를 설립한 뒤 건설사들로부터 공사를 수주하는 방식으로 10억원대 뇌물을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편, A씨 사건을 포함해 공수처가 2021년 1월 출범한 이후 네 차례 청구한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공수처는 2021년 고발사주 의혹으로 손준성 검사장에 대해 두 차례, 올해 8월 뇌물수수 혐의로 현직 경찰 간부인 김모 경무관에 대해 한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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