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김학의 성접대 직무유기’ 검사들 불기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 제공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 1기 수사팀의 ‘수사무마 의혹’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 사건 고발인인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측은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오는 10일 전에 공수처에 재정신청을 제기하겠다고 했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박석일)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당한 김 전 차관 1기 수사팀을 8일 불기소 처분했다. 차 전 본부장은 김 전 차관 성접대 의혹 등을 무혐의 결정한 서울중앙지검 1기 수사팀을 지난 7월12일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차 전 본부장은 2013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이었던 윤재필 변호사와 김수민 당시 주임검사 등이 김 전 차관을 기소할 만한 범죄 혐의 관련 자료들을 상당수 확보하고도 기소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1기 수사팀의 수사 인력과 당시에 확보된 증거만으로는 김 전 차관의 혐의를 명확하게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당시 수사팀 검사는 부장검사를 포함해서 3명에 불과했고, 핵심 증인인 윤중천도 김학의와의 관련을 부인하는 등 새로운 범죄에 관한 수사 진전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공수처는 2019년 김 전 차관에 대한 2기 수사팀과 1기 수사팀이 처한 여건이 달라 사건 처분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했다. 2기 수사팀은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뇌물죄와 알선수재죄로 기소했으나 김 전 차관은 공소시효 도과 등의 이유로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윤씨만 징역 5년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2019년 2기 수사팀(재수사단)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수사 권고에 따라 (중략) 총 50여명의 대규모 수사팀으로 구성됐다. 압수수색을 통해 새로이 드러난 증거가 다수 존재했고, 핵심 증인인 윤중천의 진술도 적극적으로 변모했다”며 “1기 수사팀 검사들이 김 전 차관과 윤씨의 혐의를 명백히 인식하고 수사를 개시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공수처는 지난 9월 서울중앙지검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10만여장의 김 전 차관 수사기록을 검토한 결과와 윤 전 부장검사를 조사한 내용을 종합해 이 같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수민 검사는 조사하지 않았다. 김 검사는 공수처의 출석 요구와 서면질의서 회신 요청에 줄곧 불응했다.

고발인인 차 전 본부장 측은 이 사건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하루 전인 오는 9일 공수처에 재정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재정신청은 검찰의 고소·고발 사건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공판에 회부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제도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고소·고발인은 불기소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인용하면 공수처는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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