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권 없는 사건 첫 영장 청구…발부시 검찰에 언제 넘길지 규정 없어
공수처 "구속기간 배분 협의할 것"…검찰은 "협의로 정할 문제 아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조다운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기소권이 없는 사건 피의자에 대해 첫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계기로 공수처 수사와 관련한 입법 미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은 8일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에 따라 10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감사원 3급 간부 김모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구속 필요성을 심리했다.
공수처는 2021년 1월 출범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기소권이 없는 수사 대상에 대해 이뤄진 구속영장 청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수처는 판사·검사 등은 물론 감사원·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소속 3급 이상 공무원 등을 수사할 수 있지만 기소권은 대법원장·대법관·검찰총장·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 등으로 제한돼 있다.
수사 범위보다 기소 범위가 좁아 구속영장 발부로 공수처가 김씨를 구속하게 되더라도 직접 재판에 넘길 수는 없는 것이다.
문제는 공수처가 기소권이 없는 사건의 피의자를 구속했을 때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 기간이 며칠인지, 검찰에 사건을 넘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규정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올해 9월까지 공수처가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한 사건은 8건인데, 피의자가 구속된 사례는 없었다.
경찰의 경우 피의자를 구속 후 10일 이내에 검사에게 넘기거나 석방해야 한다고 형사소송법에 규정돼 있다. 검사는 구속 피의자를 인치받은 날로부터 10일(연장시 20일간) 더 구속할 수 있다.
공수처는 "헌법재판소는 2021년 1월 공수처법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공수처 검사의 영장 청구권을 인정했다"며 "오늘 영장 심사도 공수처 검사의 구속영장 청구에 따라 법원이 구인영장을 발부하여 집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다만 기소권 없는 사건의 경우 검찰과 구속기간(기본 10일·연장시 20일) 배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검찰과 실무협의를 진행해 피의자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소권 없는 사건에서 피의자 구속 시 일어날 수 있는 검찰과의 구속기간 배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관련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검찰청 관계자는 "인신을 구속하는 것은 강력한 국가 권력의 작용이어서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공수처와 검찰이 만나 '10일·10일 쓰자, 15일·5일 쓰자'는 식으로 협의해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검찰이 공수처가 구속한 피의자의 신병을 인도받을 규정이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법은 공수처가 기소권 없는 사건을 수사한 경우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서울중앙지검에 송부한다'고 규정하는데 피의자 신병에 대한 언급은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 출범 3년이 다 되도록 아직 실무 규정이 정비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속 기간 등이 논란이 되는 데 대해 "규정이 없으니까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이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오류"라며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넘어갈 게 아니라 규정을 공식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momen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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