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출현 신고 급증에
장판·의류 중고물품 구매자들도 불안
“예전 같으면 중고 코트 살 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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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 서울 강서구에 사는 장모(32) 씨는 최근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에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전기장판을 알아봤다. 전기장판을 몇 번 사용하지 않고 깨끗한 상태로 보관해뒀다는 글을 보고 장씨는 글 게시자에게 구매 의사를 표해 지난 6일 거래 예약까지 마쳤다. 하지만 장씨는 ‘요즘에 빈대가 많다는데 중고거래로 샀다가 빈대 옮으면 어떡하냐’라는 직장 동료의 말을 듣고 걱정이 들어 거래 예약을 취소했다. 장씨는 “판매자한테는 미안했지만 혹시나 (중고거래한) 전기장판 통해서 빈대가 집에 들어오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라며 “같은 물건도 때론 반값 이상으로 싸게 살 수 있어서 중고거래를 자주 하는 편이었는데 앞으론 잘 모르겠다”고 했다.
최근 빈대가 숙박시설과 목욕장 등에서 전국적으로 출현하면서 피해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자 ‘빈대 공포’에 휩싸인 시민들 사이에선 ‘이제는 중고거래도 망설여진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장씨처럼 실제로 중고거래를 하려다 취소하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빈대 포비아’가 중고거래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8일 정부 합동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등에 접수된 ‘빈대 의심 신고’ 건수는 30여건에 달한다. 이는 기존 신고와 신규 신고를 누적한 수치로, 행안부는 지자체 신고를 집계해 구체적인 기간 등을 확인하고 있다. 빈대 신고는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2014년부터 약 10년 동안 질병관리청에 접수된 빈대 관련 신고는 9건이지만, 5일 기준 서울시 각 지자체와 지자체 보건소에 들어온 빈대 발견·의심 신고 건수는 17건이며 정부 민원안내 전화 ‘국민콜 110’을 통해 들어온 서울 지역 빈대 의심 신고도 5건이다. 또 올해 10월부터 11월 6일까지 국민신문고를 통해 질병관리청에 접수된 빈대 의심 신고도 총 11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28) 씨는 빈대 출현 소식이 들려온 지난달부터 중고거래 앱이나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하루에 한 번씩 중고거래 사이트에 들어가 판매 목록에 올라온 물건 등을 보는 게 취미일 정도였다고 했다. 김씨는 “원래 옷이나 신발 등 필요한 물건들이 있으면 늘 온라인 쇼핑몰보다 중고거래 사이트를 살피고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곤 했다”며 “빈대 물린 사진을 보고 나선 무서워서 다른 사람이 입거나 신었던 걸 못 사겠더라”라고 말했다.
울산에 사는 안모(53) 씨도 중고거래 앱을 통해 코트를 구매하려던 생각을 접었다. 안씨는 “빈대가 옷에 붙었는지 아닌지는 중고거래 판매자도 제대로 확인할 길이 없지 않느냐”며 “빈대가 많이 나온다는 뉴스를 보고 난 뒤론 중고거래 창에 ‘새 상품’이라고 올라온 옷도 사기 불안하더라”라고 말했다. 안씨는 “요새 옷 값도 만만치 않아서 평소 같으면 돈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중고거래 앱으로 코트를 샀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 정부는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환경부, 국방부, 교육부 등 10개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빈대 합동대책본부를 꾸렸다. 합동대책본부는 지자체에서 접수된 빈대 의심 신고 건수, 대처 상황 등을 취합해 전국 차원의 빈대 발생 현황을 파악하고 현장 대응에 활용할 계획이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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