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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게임앱, 스토리 뉘앙스까지 현지화해야 日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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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구글과 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이 진행하는 창구 프로그램에 참여한 국내 스타트업들이 '구글 도쿄 이머전 트립 2023'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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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게임 사용자는 충성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퀄리티에 대한 기준이 높지만 잘 변하지 않죠. 특히 최근 추세를 살펴보면 외국 게임에 우호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 시부야스트림에 위치한 구글 재팬 오피스. 이곳에서 한국 스타트업과 만난 우에하라 유리 구글 포 스타트업(GFS) 캠퍼스 재팬 마케팅 매니저가 이같이 조언했다.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는 한국 게임 개발사·스타트업에 규모가 크고 장르가 다양하며 충성고객이 많은 일본 시장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스타트업 14개사는 최근 구글 재팬이 주최한 '구글 도쿄 이머전 트립 2023'의 일환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구글과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창구' 5기에 선정된 기업들이다. 이들은 현지 스타트업 관계자·구글 전문가들과 교류하고 일본 시장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매일경제는 이들과 동행하며 일본 애플리케이션·게임, 스타트업 생태계의 최신 트렌드를 살펴봤다.

일본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모바일 게임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의 다운로드당 수익(RPD)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21달러)으로 미국 시장보다 4배 높고 중국(14달러), 한국(10달러)을 크게 앞선다. 더욱이 일본은 애니메이션풍 소녀 캐릭터를 내세워 세계관을 만드는 '서브컬처'의 본산지다. 게임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제작, 굿즈 판매 등 전 세계로 지식재산(IP) 확장을 도모하기에 최적의 테스트베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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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재팬 전문가는 일본 게임 사용자 특성을 △퀄리티(Quality) △포모(FOMO) △충성도(로열·Loyal)로 정의했다. 우선 일본 사용자는 퀄리티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다. 게임 비주얼뿐만 아니라 사용자경험(UX)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에서도 매우 까다롭다. 슈퍼마리오 등 스테디셀러 IP를 보유한 일본인은 디테일을 중요시한다.

일본 사용자는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FOMO)이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디지털 디바이스에 굉장히 익숙한 세대가 앱 마켓의 주류로 떠올랐다. 이들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소셜미디어에서 더 활발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지만 개인 단계에서는 굉장히 타인을 의식한다는 게 구글 전문가의 설명이다.

일본 사용자는 충성도가 매우 높다. 일본 회사는 사용자와 장기 관계를 형성하는 데 매우 능하다. 한번 좋은 관계가 형성되면 지속적인 수익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비단 게임뿐만 아니라 일본 시장 진출을 노리는 스타트업은 현지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도모노 사토 구글 재팬 성장 컨설턴트는 "90%가 넘는 일본 사용자가 게임언어 설정을 일본어로 해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단순히 번역뿐만 아니라 내용이나 스토리 측면에서 톤, 뉘앙스 등 뭔가 이상하게 느끼면 게임을 하지 않기 때문에 현지화가 정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라인과 유튜브는 일본 시장에서 마케팅을 진행할 때 가장 핵심적인 채널로 꼽힌다. 두 플랫폼은 일본 40대 이하 이용자의 90%에 도달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일본 시장에서 톱10에 올라 있는 게임은 모두 전용 유튜브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게임플레이, 트레일러, 캐릭터 소개 영상뿐만 아니라 게임 프로듀서와의 인터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공유한다. 이용자와 접점을 넓히는 과정이다. 도모노 컨설턴트는 "음악, 사람, 언어 세 가지 요소가 문화적 맥락에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일본에서는 화면에 텍스트가 매우 많이 들어가고, 음악에도 공들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 게임 시장에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해외 IP 유입이 크게 늘어나고 이에 따라 이용자의 행동 패턴이 변화하고 있어서다. 콘솔 게임의 역사가 매우 긴 일본에서는 최근 크로스 플랫폼(둘 이상의 플랫폼을 지원)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모바일에 강점이 있고 콘솔 게임을 무기로 해외 시장 비중을 높이려는 한국 게임사가 주목해볼 만한 포인트다. 구글에 따르면 일본은 50%의 게임 사용자가 콘솔 게이머이고, 40%가 콘솔과 모바일 게임을 동시에 이용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개발된 앱은 일본 내 선호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에서 인기가 있는 해외 앱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 지난해 기준 구글 재팬 앱 장터에서 이용자 소비 상위 1·2위를 기록한 것은 철저한 현지화로 무장한 한국 앱이었다. 카카오픽코마의 '픽코마'(2016년 출시)와 네이버웹툰의 '라인망가'(2013년 출시)가 대표적이다.

일본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한국 앱 개발사가 일본인의 기기 평균 이용 기간이 한국보다 길다는 점을 염두에 두라고 조언했다. 업계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등에 따르면 일본 이용자는 모바일 기기를 한번 구매하면 평균 5년 동안 사용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평균 2년이다. 그만큼 일본은 최신 모바일 기기(하이엔드)를 도입하는 속도가 늦다는 의미다. 수익 역시 한국은 하이엔드에서 나오는 수익이 대부분이지만, 일본은 미드엔드에서 오는 매출이 하이엔드보다 높다. 일본 시장에서는 미드엔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애플 생태계도 일본 시장을 구성하는 중요한 특징이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iOS(아이폰 운영체제)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다운로드, 인앱결제 매출 등 게임과 비게임을 가리지 않고 iOS 수치가 압도적으로 크다.

일본 정부는 스타트업을 일본 경제 성장의 중심축으로 콕 집었다. 기술·혁신, 디지털 전환, 녹색 교통과 함께 4대 투자 분야 중 하나로 스타트업을 지정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스타트업 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해당 분야 투자액의 10배 이상 증액이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 정부의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 전략은 △스타트업 리더 양성 △벤처캐피털(VC)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 투자 확대 등 '엑시트' 전략 다양화 △대기업·스타트업 간 협업모델 모색 등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내부적으로는 "성숙한 생태계 조성에는 갈 길이 매우 멀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본 내 유니콘 스타트업 가치는 25억달러(약 3조3025억원)로 미국의 60분의 1 정도다. 투자 역시 글로벌 상위권 대비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역내 투자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국 스타트업의 이번 일본 방문은 구글이 운영하는 창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창구 프로그램은 구글이 중기부, 창업진흥원과 함께 국내에서 진행하는 스타트업 상생 프로그램이다. 중기부와 창업진흥원은 올해 창구 프로그램에 역대 최대 규모인 100개사를 선정하고 평균 1억3200만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구글은 마케팅·홍보 지원, 해외 진출을 위한 컨설팅, 전문기관 연계, 개발사 간 정기 교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 중이다. 1~3기 창구 프로그램 참여 기업은 참여 전과 비교해 신규 다운로드 수 140%, 매출 62%, 해외 진출 69%가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 도쿄 황순민 기자

구글과 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이 진행하는 창구 프로그램에 참여한 국내 스타트업들이 '구글 도쿄 이머전 트립 2023'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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