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거부 시 체포영장 청구 등 검토 가능성
체포영장 5건·구속영장 3건 모두 법원서 기각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의혹을 받고 있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에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추가로 소환을 통보했다. 이번에도 불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수처가 강제수사를 검토할 가능성도 있지만 신병 확보 절차에 나서기에는 고심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특별수사본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최근 유 사무총장에게 이번 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유 사무총장에 대한 소환 통보는 이번이 5번째다.
공수처는 지난달에만 3차례 소환을 통보했지만 유 사무총장은 국정감사 일정 등을 이유로 모두 거부했다. 공수처는 이달 초에도 소환을 통보했지만 이마저도 응하지 않았다.
유 사무총장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참석 등을 이유로 이번 5차 소환도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 사무총장 측은 4차 소환 통보를 받은 후 불출석 사유서를 보내면서 12월 초 출석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유 사무총장이 추가 통보에도 불응하면 체포영장 등 강제수사에 돌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상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2~3차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법원에 청구해 강제수사를 시도한다. 지난 4차 통보 거부 이후에는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이대환 특별수사본부장은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합당한 사유가 없으면 체포영장을 발부하게 돼 있지 않나'라는 의원 질의에 "절차대로 진행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수사 과정에서 한 차례도 신병을 강제로 확보한 사례가 없는 만큼 공수처로서는 이번 영장 청구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5건, 구속영장 3건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만일 공수처가 유 사무총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부실 수사 논란과 함께 감사원 수사에 대한 동력도 떨어질 수 있다. 공수처는 표적 감사 의혹 사건으로 유 사무총장을 포함해 약 17명을 피의자로 입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이번 수사와 관련해 두 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어 피의자 조사를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공수처는 지난 9월 6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과 정부세종청사 내 국민권익위원회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공수처는 지난달 초 조은석 감사원 감사위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후 조 위원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권익위 감사에서 주심을 담당한 조 위원은 지난 6월 감사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감사보고서가 주심인 자신의 최종 검수 없이 사무처에 의해 공개됐다며 "헌법기관에서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유 사무총장은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통해 전 전 위원장을 표적 감사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등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아주경제=정해훈 기자 ewigju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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