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배한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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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논란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카카오에 쏟아진 국민들의 시선이 차갑다. 4800만명이 사용하는 국민 서비스에 대통령까지 "부도덕하다"고 비판했다. 카카오를 옹호하는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듣기 힘들다. 그러나 카카오에 뼈를 깎는 쇄신이 필요하다며 쓴소리를 하는 전문가들도 카카오가 붕괴된다면 국가 경제에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카카오 서비스가 이미 우리 삶에 디폴트 서비스가 됐다고 말한다. 국민 대다수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카카오톡이나 카카오택시 등은 단기간에 대체할 수 없다는 의미다. 카카오톡 대체재로는 라인이나 텔레그램이, 카카오택시 대체재로는 우티(UT)나 티머니 온다(Onda) 등이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IT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톡이 먹통이 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으며 라인이나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 등을 찾았지만, 서비스가 복구되자 곧바로 카카오톡으로 돌아갔다"면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카톡 사용자는 전혀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톡 DAU(일간 평균 사용자)는 장애가 발생했던 지난해 10월15일(약 3200만명)을 제외하면 3400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인당 평균 사용 시간도 대규모 장애날(약 18분)을 제외하면 약 25~30분대를 유지 중이다. 이 때문에 정운오 서울대 경영학 명예교수는 카카오가 이번 사태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할 경우 "카카오의 붕괴에 따른 국가 경제의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 교수도 "카카오모빌리티가 나쁜 일만 하고 이익을 많이 취하는 것처럼 인식됐는데, 사실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부문은 수익률이 낮은 상태다. 오히려 미래를 보고 플랫폼 개발·유지·보수 비용을 부담하며 견디는 상황"이라면서 "카카오는 택시 기사들이 싫어하지, 국민들이 싫어하는 건 아니다. 카카오 서비스 이용자가 줄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카카오가 무너지면 디지털전환(DX)기에 전통산업과 혁신산업 간 갈등에서 혁신산업이 힘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카카오가 택시 같은 전통 서비스를 플랫폼으로 전환하면서 소비자 효용을 높인 대표 기업이라고 강조한다. 로톡이나 삼쩜삼, 직방 등 곳곳에서 전통산업과 혁신산업이 충돌하는 지금, 카카오가 가진 상징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는 "전통산업과 IT융합을 가장 크게 이뤄낸 게 카카오다. 카카오 덕분에 편리성이 늘었다"며 "지금 카카오가 위축되면 택시 때처럼 전통산업과 혁신 산업의 충돌 때 혁신산업이 제대로 목소리를 못 낼 수 있다"며 카카오 생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카카오가 무너지면 스타트업 성공 신화도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흙수저로 시작해 한게임·NHN·카카오 등 연쇄 창업자의 대표주자로 우뚝 서며 국내 재계 순위 15위까지 오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바라보며 달리는 스타트업이 많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이 사법 리스크와 임직원 리스크, 골목상권 침해 등 논란을 잘 정리하지 못하면 '지나치게 빠르게 성장한 기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인상을 남기게 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IT업계 정책전문가는 "카카오는 이상적인 스타트업 성장 곡선이라 불리는 J커브를 그린 국내 대표 기업인데, 이런 카카오가 붕괴되면 스타트업계에는 J커브 성장의 희망이 꺾이게 된다"며 "일부 계열사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빠르게 정리해내며 재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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