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프로배구 V리그

277승 V리그 최다승 감독, 비결은 ‘햇빛 리더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프로배구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

대한항공-한전 등 4번째 팀 맡아… 첫 경질후 스포츠심리학 파고들어

‘이론+실전경험’으로 선수단 장악… 하위권 팀 맡아도 ‘봄 배구’ 이끌어

동아일보

프로배구 V리그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가운데)이 25일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리그 최다승(277승) 사령탑으로 이름을 올렸다. 신 감독이 우리카드 안방 경기장인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선수들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프로배구 V리그에서 이 말을 가장 확실하게 증명하는 인물은 신영철 감독(59)이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V리그 출범 때부터 2007년까지 LG화재(현 KB손해보험) 감독을 맡았던 그는 대한항공(2010∼2013년), 한국전력(2013∼2017년)을 거쳐 2018년부터 우리카드 지휘봉을 잡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신영철 감독이 신치용 전 삼성화재 감독(68)을 넘어 V리그 최다승(277승) 사령탑이 된 25일 안방경기는 그의 감독 인생을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카드는 이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V리그 역대 최장 시간 경기 기록(165분)을 새로 쓰면서 ‘트리플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에 3-2(13-25, 32-34, 32-30, 25-18, 17-15) 역전승을 거뒀다. 두 세트를 먼저 내줬지만 이후 세 세트를 내리 따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신 감독은 “감독 생활 내내 ‘하위권 담당’이라 이런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고 이런 생각을 할 여유도 없었다. 나를 선택해 기회를 준 구단과 열심히 해준 선수들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신 감독은 번번이 하위권 팀을 맡았지만 모든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면서 ‘봄 배구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우리카드 역시 신 감독 부임 직전인 2017∼2018시즌 남자부 7개 팀 중 6위에 그친 팀이었다. 그러나 신 감독 부임 2년 차였던 2019∼2020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로 올라섰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봄 배구’를 치르지 못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다.

신 감독은 “우리카드 부임 첫 시즌(2018∼2019) 개막하자마자 4연패를 당했다. ‘감독을 계속 해야 하나’ 고민이 컸다. 그러다 (2018년 10월 29일 천안 방문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을 이긴 뒤 ‘계속 부딪쳐 이겨내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래서 그날 승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신 감독이 통산 승수 2위 사령탑이 된 2020년 12월 24일 경기 상대 역시 현대캐피탈이었다. 신 감독은 이날 225번째 승리를 거두며 김호철 전 현대캐피탈 감독(68)을 넘어섰다. 김 감독은 여자부 IBK기업은행에서 23승을 추가했지만 통산 247승으로 신 감독에게 여전히 30승 뒤진 3위다.

신 감독이 흔히 ‘파리 목숨’에 비유되는 프로팀 감독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공부’다. 신 감독은 처음 감독에서 ‘잘린 뒤’ 박사 공부를 시작해 2012년 스포츠 심리학 박사가 됐다. 이렇게 이론으로 무장한 데다 27일까지 총 491경기를 지휘하며 그 어떤 지도자보다 풍부한 실전 경험까지 갖췄다. 그 덕에 ‘햇빛 리더십’을 표방하는 부드러운 성격인데도 ‘선수단 장악력’에서 따라올 지도자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감독은 선수가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했을 때는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신 감독이 우리카드 부임 이후 총 10차례 트레이드를 단행한 이유다. 신 감독은 “팀이 아닌 개인으로 행동하는 선수는 팀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지금처럼 개인이 아닌 팀으로 겸손하게 경기에 임한다면 올 시즌에도 좋은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카드는 이번 시즌 개막 후 4연승을 질주하며 승점 11로 남자부 선두를 굳게 지키고 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