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운데)가 26일 대법원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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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가 자발적으로 매춘업에 종사했다 등의 내용을 담은 책 『제국의 위안부』를 써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 세종대 교수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지난 2015년 11월 기소된 지 8년 만이다.
26일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제국의 위안부』에 담긴 내용은 ‘학문적 주장 내지 의견의 표명’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순 없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13년 8월 발간된 이 책에는 ‘(위안부가) 본인의 선택에 따라 경제적 대가를 받고 성매매를 하는 매춘업에 종사했다’, ‘일본군과 동지의식을 갖고 함께 전쟁을 수행하는 동지 관계였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후 2014년 6월 당시 안신권(현재 구속) 나눔의집 소장 주도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9명이 박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이듬해 검찰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2017년 1월 1심은 “학문적 표현의 자유는 틀린 의견도 보호한다”며 무죄 판결했다. 하지만 9개월 뒤 2심은 “허위사실을 적시해 피해자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겨줬다”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1·2심 판단이 엇갈린 후, 사건은 대법원에서 5년 11개월간 머물렀다. 이날 대법원은 검찰이 ‘명예훼손적 사실의 적시’로 지목한 35개 표현을 모두 ‘의견 표명’으로 봤다. 재판부는 “박 교수의 학문적 주장 내지 의견의 표명으로 평가함이 타당하고,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만한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다”면서 “전체 내용과 맥락에 비추어, 일본군에 의한 강제연행을 부인하거나 자발적으로 매춘행위를 하였다거나 일본군에 적극 협력하였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문제의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학문적 연구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선고 직후 박 교수는 “학문의 자유를 둘러싼 판결이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사상의 자유를 둘러싼 판결이었다”고 소셜미디어(SNS)에 소회를 남겼다. 그는 “이 싸움은 위안부 할머니들과 저와의 싸움이 아니라 할머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저와의 싸움”이라며 “그런 주변인들의 주장이 국민 상식이 되고 국가의 견해가 되면서 그에 반하는 의견을 국가가 처벌하려 했다”라고도 썼다.
박 교수는 이어 “고발 10년이 되는 내년 6월 이전에 (2심 민사재판 등 남은 판결이) 이뤄져, 운동가들과 일부 학자, 그리고 국가가 그에 동조해 묶어 두었던 저의 손과 발이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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