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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大法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유죄 파기..."명예훼손 사실 적시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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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 기자]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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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 등으로 표현한 박유하(66) 세종대 명예교수를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6일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교수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2015년 11월 검찰이 사건을 기소한 지 8년, 2017년 11월 상고가 접수된 지 6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대법원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이 사건 각 표현은 피고인의 학문적 주장 내지 의견의 표명으로 평가함이 타당하고,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만한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박 교수는 2013년 8월 출간한 제국의 위안부에서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군의 관계가 기본적으로 동지적 관계' '일본군에 의한 성폭력은 일회성 강간과 납치성 성폭력, 관리 매춘 세 종류가 존재했다. 조선인 위안부 대부분은 세 번째 경우가 중심' 등의 내용을 담았다.

2014년 6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9명은 박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서울동부지검은 2015년 11월 박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지만 2심은 검찰이 기소한 35곳 표현 가운데 11곳은 허위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게 맞다며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우선 "학문적 연구에 따른 의견 표현을 명예훼손죄에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기본적 연구 윤리를 위반하거나 해당 분야에서 통상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나 학문적 과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행위의 결과라거나 논지나 맥락과 무관한 표현으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학문적 연구를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밝혔다.

박 교수가 저서에 쓴 표현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의 적시'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나 맥락에 비춰 보면 박 교수가 일본군에 의한 강제연행을 부인하거나, 조선인 위안부가 자발적으로 매춘행위를 했다거나 일본군에 적극 협력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맥락이나 집필 의도 등에 비춰 보면 박 교수가 조선인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부인한 것은 아니며, 제국주의나 가부장제 질서 등 구조적 문제가 기여한 측면이 있으므로 일본의 책임에만 주목해 갈등을 키우는 것은 위안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주제의식을 부각하기 위해 쓴 표현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당 표현이 학문의 자유로서 보호되는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며 "(박 교수가) 통상의 연구윤리를 위반했다거나 피해자들의 자기결정권, 사생활 비밀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이들의 존엄을 경시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학문적 표현으로 인한 명예훼손죄를 판단할 때 '사실의 적시'라고 인정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법리를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라며 "학문적 표현물에 관한 평가는 형사 처벌에 의하기보다 원칙적으로 공개적 토론과 비판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선언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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