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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시위와 파업

"혐오발언 방치하는 인권위"... '수요시위 보호' 기각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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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등 25일 오전 인권위 앞서 기자회견
김용원 상임위원 사임 촉구 "절차 무시한 결정"
한국일보

이나영(가운데)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열린 '위안부 수요시위 보호 기각 인권위 규탄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고 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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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기억연대가 수요시위 현장에서 폭력과 혐오 발언을 동반한 반대시위를 막아달라며 낸 진정을 기각한 국가인권위원회를 규탄하고 나섰다. 정의연은 해당 결정을 주도한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의 사임을 촉구했다.

정의연 등 4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용원 상임위원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최종 기각 결정을 내렸는데, 이런 결정 뒤에는 그의 수요시위에 대한 반역사적 인식이 깔려 있다"며 "인권위의 존재 이유마저 흔드는 김 상임위원의 사퇴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해 1월 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의연은 수요시위 30년을 맞아 집회 현장에서의 인권침해 행위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는 정부를 비판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그간 수요시위 때마다 인근에서 욕설과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맞불집회'를 제지해달란 취지다.

인권위는 진정을 접수한 지 열흘 만인 같은달 17일 긴급구제 결정으로 △반대집회 주최 측에 시간과 장소를 달리할 것 적극 권유 △지나친 스피커 소음으로 집회 방해, 위안부 피해자 등에 대한 명예훼손 및 모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권유·경고, 수사를 권고했다.

그러나 최종결정은 1년 8개월이나 지난 올해 9월에서야 나왔고, 결과 또한 '수요시위 보호요청 진정을 기각한다'였다. 당시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위원 3명 중 2명 기각·1명 인용 의견으로 최종 기각했는데, '회의 참석 의원 3명 전원 합의에 따라서만 의결할 수 있다'는 인권위법을 위반한 채 김 상임위원이 기각 결정을 내려 논란이 됐다.

백휘선 평화나비네트워크 전국대표는 "수요시위 옆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없다고 주장하며 성희롱까지 일삼는 이들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한 셈"이라며 "김 상임위원은 수요시위뿐 아니라 박정훈 대령의 구체 신청도 기각했는데, 약자 인권을 무시하는 자에게 (침해구제1위원회) 위원장의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연은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인권위 권고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진정 기각이라는 비민주적·반인권적 결정의 핵심에는 새롭게 인선된 김 상임위원이 있었다"며 "행정소송을 통해 다시 한 번 인권위의 진의를 가리고 새로운 결정을 촉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소송을 담당하는 하주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진정 기각은 명백한 인권위법 위반"이라며 "인권위의 비인권적 행위, 신뢰 훼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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