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명의 고가 외제차 사용한 배임 혐의
추가 기소 혐의 검토 위해 4주 휴정 요구도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의 13차 공판을 열었다./이동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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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김시형 기자] 회삿돈으로 산 고가 외제차를 사적 사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감성 테스트'를 위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테스트 결과가 기재된 기록도,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실제 타이어 개발에 성공한 사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는 조 회장의 13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조 회장 측이 신청한 증인으로 한국앤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A씨가 출석했다.
조 회장은 페라리 488·포르쉐 타이칸·포르쉐 911 타르가·레인지로버 등 고가 외제차를 회사 명의로 구입·리스해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배임)를 받는다. 조 회장 측은 일부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모두 배임죄로 단정할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다.
조 회장이 사적 사용한 의혹을 받는 차량들의 구입을 최종 결재한 A씨는 "향후 스포츠카로 타이어 납품 확장을 위한 투자 성격의 구매였다"며 "회사를 리드하는 조 회장이 우리가 공급하지 못하는 차량을 구입해 경험하는게 당연했고, 조 회장이 탑승한 것도 구입 목적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변호인도 "한국타이어가 대표적 슈퍼카인 페라리에 대해 아직도 OE(신차용 타이어) 공급을 하지 못하고 있고, 포드 그룹 대표적 고급 SUV 모델인 레인지로버와 포르쉐 상위 차종도 못하고 있다"며 OE 공급을 위해 차량을 이용했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이 출퇴근용으로 테스트카를 사용한 임직원들의 징계를 취소한 점도 강조했다. 변호인은 "10여년 전 연구소 직원들이 회삿돈으로 구입한 테스트카인 외제차를 출퇴근용으로 사용해 징계를 받았지만 당시 COO였던 조 회장이 '체화하는 테스트'라며 문제 삼지 말라고 해서 징계가 취소됐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 측은 운전자가 특정 타이어를 장착하고 운전하며 주행감과 노이즈, 주관적 느낌을 평가하는 '감성 테스트'를 위해 테스트카를 사용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검찰은 '감성 테스트' 결과가 기재된 문건도 없고,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실제 타이어 개발에 성공한 적도 없다고 꼬집었다. 검찰은 "감성 테스트가 이뤄졌다면 '진동이 심하다' '승차감이 어떻다' 등 결과가 기재돼야 하는데 기록이 없고,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실제 타이어 개발에 성공한 적도 없어 조 회장이 차량을 이용한 것도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조 회장 측이 언급한 '감성 테스트' 결과가 보관된 기록이 없고, 실제로 업무에 반영한 사례도 없다고 지적했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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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조 회장이 배당금 등 급여로 한국타이어에서 1년에 100억 원 이상을 받는 만큼 본인 자금으로 해야 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테스트 개발 일지에 기재된 날짜와 조 회장의 자택 출입 기록 날짜가 같아 실제 테스트가 이뤄졌는지도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A씨는 "그렇더라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 않는다. 타이어업체 대주주가 자동차 운행 하는데 꼭 이걸 어떻게 사적 사용이라고 보겠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테스트 결과 기록은 없지만 조 회장이 구두로 많이 피드백을 했을 것이고, 업무에 반영한 사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도 직권으로 신문에 나섰다. 재판부는 "조 회장의 구체적 피드백과 지시에 기초해 공소사실에 있는 차량 제조사와 구체적으로 개발 협의가 진행된 부분이 있느냐"고 물었고, A씨는 "협의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공판에서 조 회장 측은 '배임수재' 혐의 추가 기소건에 대해 "기록 검토를 위해 최소 4주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한 달여간 휴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7월19일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가 설립한 우암건설에 '끼워넣기식' 공사를 발주하고 뒷돈을 챙긴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됐다.
검찰은 "유례 없이 많은 변호인단을 꾸려 도움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구속 상태서 4주를 달라고 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이 구속된 상태인데 4주간 별도의 재판을 하지 않아도 되는가"라고 물었고, 변호인은 "그렇다"고 답했다.
조 회장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75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하고 2014년 2월~2017년 12월 MKT에서 약 875억 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혐의 등으로 지난 3월27일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3월 현대차 협력사 리한의 경영 악화를 알면서도 사적 친분으로 담보 없이 MKT 자금 50억 원을 빌려준 혐의도 있다.
지난 2020년 개인 자택 가구비 약 2억6000만원을 한국타이어 신사옥 가구 대금에 같이 포함시켜 회삿돈으로 지출한 혐의, 같은해 8월 자택 이사비 1200만원을 해외 파견 주재 직원들의 이사비용에 같이 포함시켜 회삿돈으로 지출한 혐의도 있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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