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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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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배구, 말로만 말고 '행동'으로 옮기자 [최원영의 V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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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구 현장 곳곳을 누비고 있는 최원영 기자가 '최원영의 V로그'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V리그 스카우팅 리포트 참여 등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살려 본인만의 시각으로 슬럼프에 빠진 한국 배구의 갈 길을 제시하고, 독자들에게 배구의 맛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말로만 위기라고 떠들지 말자. 행동으로 옮기자. 간절히, 꾸준히.

올해 한국 배구는 무너졌다. 남녀 대표팀 모두 국제대회에서 처참히 깨졌다.

임도헌 감독이 이끈 남자 대표팀은 지난 7월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에서 최종 3위를 기록했다. 정상과 더불어 우승팀에 주어지는 국제배구연맹(FIVB) 챌린저컵 출전권을 노렸다. 챌린저컵 우승으로 2024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합류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그러나 AVC 챌린지컵 준결승서 바레인에 셧아웃 패배를 당하며 결승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8월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선 5위에 머물렀다. 1~6위 결정전에서 중국에 1-3으로 패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실패했다. 지난달 개최된 아시안게임에선 공식 개막일 전에 일찌감치 탈락하는 참사를 겪었다. 7위에 그치며 61년 만의 노메달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썼다. 예선서 인도에 2-3으로 패했고 12강서 파키스탄에 0-3으로 완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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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이끈 여자 대표팀도 비슷했다. 지난 5~7월 VNL서 12전 전패, 승점 0점으로 물러났다. 2년 연속 전패로 24연패 늪에 빠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총 3세트만 따내고 36세트를 잃었다.

8월말부터 9월초까지 열린 아시아선수권서는 6위로 퇴장했다. 1975년 초대 대회 참가 이후 2019년까지 20회에 걸쳐 출전한 여자배구가 4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예선전서도 7전 전패로 고개를 떨궜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본선행이 좌절됐다.

지난 7일 막을 내린 아시안게임서도 5위를 받아들었다. 역대 두 번째이자 17년 만의 빈손이 됐다. 앞서 1962 자카르타 대회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총 15차례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 2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를 목에 걸었다. 2006 도하 대회서만 5위였다. 결국 한국 배구는 사상 최초 남녀 대표팀 동반 노메달로 아시안게임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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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나 잘 된 것이 없었다. 우선 감독들의 지도력은 낙제점이었다.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거나 우리만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술이 보이지 않았다. 대표팀 소집 기간 무엇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비시즌 꾸준히 훈련했기에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라도 보였어야 했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의 플레이는 매번 너무 쉬웠다. 예상 가능한 공격, 단조로운 패턴뿐이었다. 상대 블로킹이나 수비에 번번이 가로막힌 이유다. 감독들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방증이기도 했다. 돌파구를 제시하지 못했다. 선수들은 코트 위에서조차 헤맸다. 베스트7이 고정되지 않아 매 경기, 매 세트 라인업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선수들 간 사인이 맞지 않는 장면이 몇 차례나 포착됐다. 올바른 방향으로, 제대로 훈련했다면 나올 리 없는 모습들이었다.

선수들의 실력 역시 수준 미달이었다. 비시즌 강행군이었음을 고려해도 아쉽다. 국제배구에서 변방으로 꼽히던 국가들이 쉼 없이 발전을 이룬 것과 달리 우리 선수들은 퇴보했다. 과거엔 신체적 열세를 기본기로 극복하기도 했다. 이젠 그마저도 없다. 오히려 흔들렸다.

솔직히 돌아보자. 이 모든 것이 결국 안이함이 불러온 비극은 아닐까. 세계배구는 빠르게 변화하며 발전 중인데 따라가지 못했다.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일 수도 있다. 하던 대로 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란 섣부른 믿음이 작용한 것이다. 사령탑 선임부터 작은 플레이까지, 더 노력할 수 있었음에도 안주해버린 것은 아닐까.

일례로 여자배구의 경우 오래전부터 김연경(흥국생명)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을 끝으로 김연경과 미들블로커 양효진(현대건설), 김수지(흥국생명)가 국가대표 은퇴를 택했다. 이들이 태극마크를 내려놓을 때까지 꽤 시간이 있었으나, 만반의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 중인 과도기이기에 결과를 내기 어렵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과정에서라도 배우는 게 있어야 했다. 올해 국제대회에선 과정마저 놓쳤다. 의미 없는 성장통은 성장통이 아니다. 우물 안에서 달콤함에 취했던 선수들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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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우선순위는 없다. 대한배구협회, 한국배구연맹, 프로구단, 프로 및 아마추어 지도자들과 선수들까지. 배구계 구성원 모두가 동시에 노력해야 한다.

특히 협회는 국가대표팀의 경쟁력 강화를, 연맹은 리그 수준 제고를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나아가 유소년 및 아마추어의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정립해야 한다. '적절한' 투자도 필수다. 최근 몇 년간 프로배구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선수 풀이 좋지 않다", "몇 명 외엔 뽑을 선수가 없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한국 배구의 뿌리가 시들고 있다는 의미다.

좋은 선수들을 계속해서 발굴해 프로로 유입해야 한다. 그래야 V리그의 수준이 상향평준화 되고 국제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선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것은 간단하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꼭 해야 하는 일이다.

배구협회는 지난 8일 임도헌 감독의 임기 만료, 세자르 감독과의 계약 종료를 알렸다. 동시에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한국 배구가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중장기 발전 계획을 수립,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 공청회 개최, 최적의 지도자 선발 등을 약속했다.

2023년, 올해의 아픔이 한국 배구가 새 발걸음을 내딛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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