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고립 탓에 인도주의적 지원 난항
9일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주(州)의 한 마을에서 지난 7일 발생한 강진으로 동생을 잃은 한 아이가 무덤 옆에서 통곡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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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강진에 따른 사상자가 4,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수색 작업이 진행될수록 인명피해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도주의 위기도 심화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스페인 EFE통신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는 지난 7일 발생한 규모 6.3 지진으로 인해 현재까지 2,400여 명이 숨지고 2,0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다만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정확한 수치는 아니라고 당국은 덧붙였다.
완전히 파괴된 마을은 20곳에 달한다. 특히 강진 피해가 극심한 아프간 서부 헤라트주(州) 주민들은 구조 지원을 받지 못하자, 맨손과 삽으로 잔해를 파헤치면서 파묻힌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라 자난 사예크 아프간 재난관리부 대변인은 “35개 팀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4,500명이 넘는 사망자와 부상자가 나왔고, 그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상황이 매우 긴급하여 주민들에게 모든 종류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사예크 대변인은 “아직도 잔해 속에 사람들이 많이 있고, 우선순위는 이들을 먼지 속에서 구출하는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구조 인력과 장비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도움의 손길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EFE는 “탈레반이 국제적으로 고립된 탓에 구호 제공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이 구조대 20명과 탐지견 2마리를 파견하겠다고 제안했을 뿐, 다른 나라들은 인적 지원 없이 의약품·식량·비상용 키트 수준의 물자 지원에 그치고 있다. 그마저도 중국과 파키스탄 등 소수에 불과하다. 2021년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아프간은 서방의 제재로 인해 해외 원조가 중단됐고 최악의 경제난에도 처해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지난 7일 오전 11시 11분쯤 아프간 북서부에서 규모 6.3의 강진이 두 차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규모 4.3 이상의 강한 여진이 7번 이어졌다. EFE는 “이 지진은 1998년 아프간 강진 이후 세 번째로 큰 지진이며,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이후 국제금융 시스템 접근이 차단된 상황에서 발생한 최악의 재난”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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