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아래)이 4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 라운드 E조 중국전에서 패한 뒤 중국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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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 랭킹 40위지만, 중국은 6위다. 평균 신장도 중국(1m89㎝)이 한국(1m80㎝)보다 9㎝ 더 크다. 한국이 넘어서기엔 실력과 높이의 차이가 너무 컸다. 이로써 한국은 같은 조 북한과 나란히 무승 2패를 기록하게 돼 5일 북한전 결과와 관계없이 4강에 오르지 못하게 됐다.
한국 여자배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빈손으로 돌아선 건 2006년 도하 대회(5위) 이후 17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 남자 대표팀도 일찌감치 7위로 아시안게임을 마감한 뒤라 역대 최초로 남녀 배구가 동반 노메달에 그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 여자배구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2년 전 열린 도쿄 올림픽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김연경·김수지(이상 흥국생명)·양효진(현대건설) 등이 한꺼번에 태극마크를 반납한 뒤 전력이 급격히 약해졌다.
올해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12전 전패를 당했고, 아시아선수권은 역대 가장 낮은 순위인 6위로 마쳤다. 2024년 파리 올림픽 예선전에서도 7전 전패로 고개를 숙였다.
올해 마지막 국제대회인 아시안게임에서도 부진의 여파는 이어졌다. 늘 한 수 아래로 평가했던 베트남과의 경기에서 1·2세트를 먼저 잡고도 3~5세트를 내리 내줘 역전패했다. 아시아선수권에 이은 베트남전 2연패였다. 아시아에서도 중위권이던 베트남은 이제 세계 랭킹 39위까지 올라 한국을 한 계단 역전했다.
4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 라운드 E조 중국전에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박정아(13번)의 공격이 중국의 장신 블로킹에 막히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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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르 곤살레스 대표팀 감독은 "결과가 위치를 알려준다. 지금의 성적이 한국 여자배구의 현실"이라며 "상황을 바꾸기 위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선수들이 남은 일정에서 매 경기 성장하고 한국 배구 수준을 올리겠다는 마음으로 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연경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는 지적에는 "한국 대표팀에 김연경이 없는 건 세르비아가 티야나 보스코비치를, 튀르키예가 멜리사 바르가스를 잃는 것과 같다. 김연경이 맡던 30~40득점을 여러 선수가 나눠서 올릴 수 있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세자르 감독(가운데)이 4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 라운드 E조 중국전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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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어드바이저이자 배구 해설위원으로 항저우를 찾은 김연경은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위기에 빠진 건 맞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대표팀 주전 선수 6명이 명확하지 않은 느낌이다. 베스트 멤버를 고정해 계속 출전 기회를 주면서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데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쓴소리했다.
김연경은 또 "선수들은 열심히 하고 있다. 그들을 나무라기보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미래 세대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 방법을 다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4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은 5일 북한과 6년 만에 남북 대결을 펼친 뒤 6일과 7일 5~8위 결정전을 통해 최종 순위를 확정한다. 세사르 감독은 "남은 순위 가운데 가장 높은 5위를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항저우=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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