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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SVB 사태 우려, 증시 휩쓰나…‘매파’ 파월에 美 국채금리 16년만 최고치 [투자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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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로이터,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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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긴축 선호)’ 기조로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은행 유동성 위험에 따른 ‘제2의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가능성까지 수면 위로 떠오른 모양새다.

미 국채금리 고공행진 소식에 뉴욕증시(NYSE)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이 같은 소식은 추석·개천절 등으로 6일간 휴장 후 4일 다시 개장하는 국내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0년 만기 美 국채 4.81%…2007년 8월 이후 최고치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3일 오후 3시 30분(현지시간) 기준 4.81%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루 전 같은 시간과 비교하면 13bp(1bp=0.01%포인트) 가량 급등한 수치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지난달 27일 4.5% 선을 돌파한 데 이어 상승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같은 시간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95%로, 5%선 돌파를 눈앞에 두며 2007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은행 유동성 위험을 우려하는 경계감도 다시 커졌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탓에 금리 급등 시 평가가치가 급락하게 된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경우 장기국채를 많이 보유했다가 금리 상승으로 자산 평가가치가 하락하자 유동성 우려가 부각되며 지난 2월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초래한 바 있다.

베어트랩스 리포트 창립자인 래리 맥도널드는 “핵심자본이 약화하면 다른 부문의 약점이 기하급수적으로 악화할 수 있다”며 “채권 금리가 6∼7%로 상승하게 되면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은 “지난해는 시장이 금리 상승에 적응하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고금리 장기화에 적응하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美 국채 금리 급등고금리가 예상보다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채권 금리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지난달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투자자들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소화하면서 금리 상승세를 견인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전날 연설에서 “연준의 작업이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올해 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한 후 한동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 등 다른 연준 인사들도 긴축 강화를 지지해 연준의 매파적 정책 기조에 힘을 실었다.

월가 주요 인사들도 고금리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 시장 경계감을 키웠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정말 7% 금리로 가는 것이냐’란 질문에 “금리가 5%로 갈 것이라고 (지난해) 내가 말했을 때도 사람들은 ‘정말로 가는 것이냐’라고 물었다”며 “(7% 금리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노동시장 지표도 연준의 긴축 장기화 기대를 키웠다. 미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8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는 961만건으로 전월 대비 69만건(7.7%) 증가해 시장 전망치 880만건을 크게 웃돌았다. 구인 건수의 반등은 미국 노동시장의 초과 수요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 정치권발 불확실성도 채권 금리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의장직에서 해임됐다. 임시예산안 처리에 반발한 같은 당 소속 강경파 의원들이 해임안 처리를 주도했다.

채권 금리 상승과 맞물려 달러화 가치도 연중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화 인덱스는 이날 오전 107.35까지 올라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美 증시 일제히 하락세…국내 증시 단기 부담도 불가피채권 금리 급등 여파는 곧장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3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1%대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전장보다 430.97포인트(-1.29%) 내린 33,002.38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3월 22일(530.49)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58.94포인트(-1.37%) 하락한 4,229.4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48.31포인트(-1.87%) 내린 13,059.47에 각각 장을 끝냈다.

미국 증시의 흐름에 큰 영향을 받는 국내 증시 역시 단기적으로는 하방 압력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시가 긴 연휴 이후 재개장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관망세에 따른 숨고르기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긴 연휴를 마치고 열리는 국내 증시는 9월 수출 경기 개선과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모면 등 긍정적 이슈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에 따른 장기채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가 투심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리스크”라며 “특히 주요국 장기채 금리가 수년래(來)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국고채 금리 상승 압력까지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까지도 작년 11월 중순 이후 최고인 1360원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증시에 대한 외국인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당분간 국내외 장기채 금리 동향에 주목하며 증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10월 전체 국내 증시 흐름을 놓고 봤을 때는 반등세가 뚜렷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8~9월 두 달 동안 지속된 채권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 여파로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레벨이 다운됐다”며 “반면,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 동력 강화가 지속됐고, 선행지수 상승과 반도체 주도의 제조업·수출 경기 회복,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상승세 지속 등 호재가 현재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월 초 미국 경제지표 결과에 따른 등락 과정은 불가피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판단한다”며 “중국 경제지표 개선으로 위안화, 원화 강세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국인 순매수 강화를 통한 코스피 반등 탄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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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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