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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지원국들 이탈 조짐 속...우크라이나, 두 번째 겨울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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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방비 70% 증액하는데

폴란드에 이어 슬로바키아까지

우크라 무기 지원국서 이탈 조짐

조선일보

지난 2월 함박눈이 내리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박격포를 설치, 점검하고 있다./우크라이나 93 기계화여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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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전 이후 두 번째 겨울을 앞두고 있다. 지난여름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러시아에 유리한 겨울이 다가오면서 일부 서방국가 사이엔 회의가 번지는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겨울철에 강한 러시아 군대가 다시 승기(勝機)를 잡을 경우 장기전에 지친 우크라이나군엔 또 한 번의 ‘혹독한 겨울’이 될 수 있다. 이런 우려에 소모적인 지원을 재고하자는 주장(미국 공화당 등)과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한 지지가 필요할 때(유럽연합·EU)라는 서방의 목소리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2일(현지 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를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서방의 지원을 다시 한번 호소했다. 그는 “승리는 직접적으로 우리(서방)의 협력에 달렸다”며 “우리가 더 강력하고 원칙적인 조처를 함께 시행할수록 전쟁은 더 빨리 끝날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서방국가들 사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줄이거나 중단하자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지상 진격이 더뎌지는 겨울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엔 미사일·드론 등 장거리 무기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반면 혹독한 추위에 익숙한 러시아 군대는 전통적으로 겨울철 전투에 강하다. 우크라이나 대반격이 전세를 확실히 뒤집지 못한 가운데, 러시아는 이런 ‘겨울 자신감’을 반영한 듯 지난달 28일 내년 국방 예산을 전년의 70% 가까이 증액했다. CNN은 “러시아군은 이미 전장에 적응해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마비시켜 우크라이나를 암흑 같은 겨울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지난 3월 겨울이 물러가자 드미트로 쿨레바 당시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우리는 역사상 가장 혹독한 겨울을 견뎠다”고 했었다.

한편에선 지난해 한 차례 겨울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는 우크라이나가 올해는 비교적 선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NN은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하는 전쟁 초기 방식 대신 지상군은 소규모로 운영하면서 서방에서 지원받은 장거리 미사일과 드론 등을 활용해 러시아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는 전략으로 러시아를 공략할 것”이라며 “겨울에도 공격 가능한 흑해 및 크림반도 일대에 전력을 집중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선 첨단 무기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전쟁 장기화에 피로감을 느낀 서방국가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오며 분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나라이자 친서방 노선을 확실히 했던 동유럽 슬로바키아에선 지난달 30일 총선에서 친(親)러시아 성향 사회민주당(SD·스메르)이 1위를 차지한 후 ‘지원 철회’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이 당을 이끄는 로베르트 피초 전 슬로바키아 총리는 “우크라이나엔 탄약 한 통도 보내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 슬로바키아는 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자 유럽에서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전투기와 대공미사일을 지원한 대표적인 ‘우군’이었는데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커지며 이탈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서방의 균열은 2일 EU 외무장관 회의에서도 드러났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은 한목소리로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 안보 고위 대표는 “EU가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와 공동 회의를 연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명확한 약속”이라고 했다. 또 EU가 내년에 우크라이나에 50억 유로(약 7조 1500억원) 상당의 군비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무장관도 “이번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때까지 우리의 단호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보여주겠다”며 “러시아가 우리가 피로해지길 기대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우리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우방국이었던 헝가리·폴란드·라트비아는 이번 회의에 불참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연장한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와 갈등을 빚는 나라들이다. 폴란드는 이미 “더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이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서방 진영의 중추인 미국까지 우크라이나 지원을 놓고 공화·민주당 간 내분이 벌어지고 있다. 공화당 강경파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소모적 지원을 중단하라고 주장하면서 지난달 30일 미 연방의회에서 통과된 임시 예산안에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240억달러(약 32조5000억원) 규모 군사 원조액이 제외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본예산 편성 때 이를 복원하겠다고 하지만, 대선·총선을 1년여 앞두고 미 의회 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 자체가 큰 변수다. 공화당 후보로 내년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전쟁을 오히려 장기화하고 핵전쟁 위험을 키운다고 비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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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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