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루블화 환율이 3일(현지시간)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00루블을 돌파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내년 3선 도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루블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고금리 약발이 끝나면서 미국 달러 강세 속에 이날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졌다.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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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루블화가 3일(이하 현지시간)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00루블을 내줬다.
저항선이 무너짐에 따라 가파른 통화가치 하락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루블 가치 급락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부추기게 된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 나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패착이 될 수도 있다.
달러당 100루블 붕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하락하는 루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고금리 정책으로 맞섰지만 고금리 방파제가 이날 무너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루블 환율은 달러당 100루블을 돌파하며 8월 고점 수준에 육박했다.
올들어 가파른루블 가치 하락(환율 급등)에 대응해 당국이 시장에 수시로 개입하며 하락을 막았지만 이날은 이같은 노력도 통하지 않았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달러 가치가 뛴 터라 루블만이 아닌 전세계 주요국 통화가치가 일제히 하락했다.
루블 가치는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침공한 뒤 급락하고 있다. 벌써 25% 가까이 폭락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제재에 나서 러시아 석유·천연가스 수출 길이 막히고 재정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데 따른 것이다.
루블이 달러당 100루블 선을 넘어선 것은 8월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 언론들은 당시 이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중앙은행은 긴급 금리인상에 나서 기준금리를 3.5%p 인상한 바 있다.
이후 기준금리는 1%p 더 올라 13%로 뛰었고,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자본통제 방안도 거론됐지만 루블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패닉 애써 외면
크렘린은 루블 가치 하락에 짐짓 무관심한 척했다. 루블 약세는 러시아 루블 경제권에 별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3일 기자들에게 "(루블가치가) 출렁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루블존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달러환율 상승이 실질적으로 큰 충격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과도한 달러환율에 대한 관심은 그저 감정적인 관점에서 나온 것일 뿐이며 그 배경 역시 모두 과거의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루블존에 살고 있다는 점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달러환율에 심리적으로 지나치게 좌우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루블 가치 하락에 "겁먹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그동안 루블 가치가 유지된 것은 세금을 내기 위한 기업들의 루블 수요 때문이었다고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이 해외 매출을 국내로 들여와 이를 루블로 환전해 세금을 내면서 외화가 유입되고 루블 수요는 늘어 환율이 일시적으로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월말 세금납부 효과가 지난데다 지난달에는 러시아 국내 석유제품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경유, 휘발유 수출을 금지하면서 외화유입이 줄어 루블 가치 하강 압력이 높아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BCS글로벌마켓츠의 나탈리아 라브로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외환 수요는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라브로바는 기업들은 수입, 외국 기업 자산을 인수하기 위해 외화가 필요한데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외화는 가치 저장수단으로 매력적이어서 달러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푸틴, 3선 발목 잡히나
달러당 100루블 환율은 정권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러시아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인 이 선이 무너지면 러시아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도 높아진다.
지난 8월에도 그랬다. 달러당 100루블을 돌파하자 러시아 시민들의 정부 비판이 급격하게 늘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들도 크게 늘어난 바 있다.
특히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루블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진 것은 크렘린에 뼈아프다.
내년 대선 출마가 확실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루블 약세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푸틴은 당면한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플레이션 가속화라면서 "주된 요인은 분명 루블 약세"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그 배경을 이해하고 지체없이 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중국이 도입했던 자본통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지난달 말 "루블 역내외 시장간에 중국식의 차단막을 치는" 방안을 추진하거나 은행의 해외 송금을 제한하는 자본통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실화하면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첫번째 자본통제가 된다.
서방의 제재 속에서도 내성을 보였던 러시아 경제가 본격적인 위기에 빠지고 있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2014년 정책 초점을 환율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옮긴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 가치 급락세 속에 이제 정책 초점을 다시 환율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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