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관계 재조정 나서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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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 의회가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의무를 지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가입하기 위한 표결을 진행하고 있다. 예레반/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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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제르바이잔과 충돌 끝에 ‘분쟁지’ 나고르노카라바흐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한 아르메니아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가입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아르메니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입국할 경우 그를 체포해야 하는 의무를 떠안게 됐다. 아제르바이잔과 무력 분쟁에서 자신들을 돕지 않은 러시아와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국제사회 상대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는 국제형사재판소는 2002년 로마규정에 근거해 설치됐다. 재판소는 로마규정에 따라 집단살해(제노사이드), 인도에 반한 죄, 전쟁 범죄, 침략 범죄 등 네가지 범죄를 심판한다. 3일 의회가 가입안을 비준하며 아르메니아는 이 조약의 124번째 가입국이 됐다.
이번 결정은 국제사법재판소가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이들을 러시아 영내로 납치한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한 것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이런 상화에서 굳이 로마규정에 가입한다는 것은 러시아와 각을 세우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 외교부는 지난 9월 이 조약에 가입하려는 아르메니아에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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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에 속해 있던 아르메니아는 러시아와 정치·경제·문화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지금도 아르메니아는 옛 소련권에 속해있던 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 6개국이 모여 만든 군사동맹인 집단안전보장조약기구(CSTO)에 속해 있다.
하지만, 이 기구는 아제르바이잔이 지난달 19~20일 ‘대테러 작전’을 명분으로 삼아 나고르노카라바흐에 살던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을 무장 해제 하는데도 개입하지 않았다. 장기화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러시아 입장에선 이 지역 분쟁에까지 손을 뻗칠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은 공격이 이뤄진 지 하루 만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이후 파니샨 총리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와 집단안전보장조약기구에 “깊이 실망했다”는 뜻을 밝히고 탈퇴 의사를 밝혔다. 또 이 지역에 평화유지부대를 파견해 두고 있으면서 아무 대응도 하지 않은 러시아를 비난했다.
분쟁에서 패배한 뒤 나고르노카라바흐에 살던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은 아제르바이잔의 인종박해를 피해 아르메니아로 이주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현재까지 현지에 살던 12만여명 가운데 약 80%인 9만7735명이 아르메니아로 입국했다. 10만명 가까운 이들이 태어나고 자란 삶의 터전을 버린 셈이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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