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첫 방송 출연, 차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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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지난 7월 19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굴벤키안상 시상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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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강점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구(舊) 동독 출신과 이민자를 모두 포용해야 한다.” 앙겔라 메르켈(69) 전 독일 총리가 3일(현지 시각) 독일 공영 ZDF 방송과 인터뷰에서 퇴임 후 처음으로 독일 국내 문제에 대한 견해를 드러냈다. 메르켈이 퇴임 후 방송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독일 통일 33주년 기념 다큐멘터리의 일부다. 2005~2021년 재임한 그는 독일의 첫 여성, 동독 출신 총리이자 가장 오래 집권한 총리다.
그는 2021년 독일 통일 31주년 연설 때 “통일 30년이 넘었지만 어떤 이들은 여전히 자신이 통일된 국가에 속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며 구 동독 출신에 대한 차별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메르켈 자신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드러낸 셈이다. 메르켈은 1954년 서독 함부르크에서 태어났으나, 목사였던 아버지가 브란덴부르크 지역의 한 교회로 발령받으면서 동독으로 이사했다. 동독에서 자라며 자연스레 러시아어를 배웠고, 공산주의 청년 운동 등에도 참여했다.
독일 내 보수파에선 메르켈의 이러한 경력을 못마땅하게 봤다. 메르켈은 총리 시절 자신이 구 동독 출신임을 굳이 드러내거나 강조하지 않았다. 메르켈은 이에 대해 “나는 항상 모든 독일인의 총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행여나 ‘또 동독 얘기’라는 비판을 받을까봐 솔직하고 자유롭게 말하지 못한 것도 있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구 동독 지역에서 인기가 없었다. 메르켈은 “(옛 동독 지역에서) 내게 화를 내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는 (독일이 남유럽 국가들을 구제해줬던) 유럽 재정 위기 때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이후 난민들이 독일에 들어오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고 말했다. 메르켈은 2015년 총리 재임 시절 100만명이 넘는 중동·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를 받아들였다.
메르켈은 “당시 내게 불만을 터뜨린 이들은 다수가 아닌, 급진적이고 시끄럽고 편협한 집단”이라고도 했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 극우 지지자들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민자들 역시 구 동독 출신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력(履歷) 때문에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일 사회의 진짜 강점은 다양성에서 나온다”면서 “(구 동독 출신과 이민자를 모두 아우르는) 독일 통합을 위한 새로운 이야기(Erzählung)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ZDF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구 동독 지역 사람의 약 50%가 여전히 ‘2등 시민’ 취급을 받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 이는 4년 전보다 4%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구 서독 지역에 대한 상대적 차별감과 이민자에 대한 반감은 극우 정당의 지지율이 높아지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AfD에 투표하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며 “AfD 지지자의 불만은 잘 알겠지만, 그렇다고 극우 사상을 지지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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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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