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타 은행 대비 자체 판단 기준 낮아
중국법인 수억원 벌금에도 제재현황서 공시 안해
2018년 독일 감독관 파견 제재 공개 유일
신한은행 "해외법인 제재 공시는 의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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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윤서영 기자 =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이 유일하게 해외법인 제재 관련해 '깜깜이 공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는 투자자보호를 위해 감독당국으로부터 받은 제재는 물론 형사처벌과 같은 행정 조치를 모두 공시하게 돼 있는데, 신한은행만 자체 판단 하에 국내 감독당국에서 받은 공시만 하고 있다는 얘기다. 타 은행들은 똑같이 해외서 영업하고 규제에 따라 제재를 받았는데도, 오히려 100% 투명하게 공시하고 있는 은행만 억울하게 됐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나홀로 깜깜이 공시로 마치 신한해외법인이 현지서 제재를 받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신한은행 측은 금융당국의 규정에 따라 공시하되 해외 법인에 대한 제재는 의무가 아닐 뿐 아니라 국내에 영향을 미칠만한 제재만 공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신한은행이 공시한 해외법인 제재는 유럽신한은행이 2018년 독일 연방금융감독청(BaFin)으로부터 특별감독관 파견을 받은 조치가 유일하다.
금융당국은 기본 원칙은 투자 판단에 필요한 부분은 공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각 은행별로 투자자들의 보호와 투자 판단에 대한 기준이 달라 제재 현황을 불투명하게 공시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 4곳(KB국민·신한·우리·하나) 중 신한은행만 사업보고서에서 해외 법인으로부터 받은 제재를 공시하지 않고 있다. 이들 은행이 공개한 해외 감독당국으로 받은 제재를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5건, 우리은행이 14건, 하나은행이 15건으로 집계됐고 신한은행은 1건으로 집계됐다. 국내 제재 건수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22건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이 18건, KB국민은행이 17건이었다.
신한은행 해외법인이 현지서 받은 제재가 1건으로 집계된 배경은 자체적인 판단이 다른 은행들보다 낮아서다. 신한은행이 현지 당국으로부터 받은 해외법인 제재 현황 공시는 단 한 건이다. 유럽신한은행이 2018년 BaFin으로부터 특별감독관 파견을 받은 조치가 유일하다. 당시 유럽신한은행은 현지 감독감독청의 리스크부문 감사결과 수준이 미흡하다고 판단돼 특별감독관이 파견되었고, 2019년 1월 파견 해제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한은행이 지난 5년간 해외 감독당국에서 받은 제재는 이 한 건만이 아니다. 2019년 신한카자흐스탄은행이 차주 신용정보 지연 등록으로 1000만원 이상의 과태료를, 멕시코신한은행이 지배구조 및 보상체계 미흡으로 4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신한은행 중국법인은 고객 동의없이 신용정보를 조회해 1억원의 벌금과 규정 위반 등으로 수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한국내에서 받은 제재는 원칙적으로 공시를 하고 있되, 해외에서 받은 제재 중 국내 영업에 영향을 미칠만한 제재만 한다"면서 "해외 감독당국에서 받은 제재를 공시하는 것은 사실상 필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은행들은 해외법인이 현지서 받은 제재들 모두 과태료 수준과 관계없이 공시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필리핀 중앙은행으로부터 AML시스템 통합 권고로 인한 과태료(260만원)와 보고서 제출 지연에 따른 과태료(818만원) 등을 모두 공시했다. 투자 판단에 영향을 주더라도 모든 제재를 공시해 기업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하나은행도 2019년 하나은행유한공사가 외환관리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국가외환관리국으로부터 받은 3만 위안(한화 590만원)의 벌금을 공시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정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제재 현황을 공시하고 있다. 기업공시 작성기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회사와 임원의 제재 사항을 기재'하도록 되어있는데, 형사처벌이나 국내외 금융, 조세, 소비자보호 등 법령상 의무를 위반해 형사처벌 또는 행정상의 조치를 받은 사실이 있다면 처벌 금액과 조치 내용, 재발방지 등을 모두 기재해야 한다. 단, 처벌이나 조치내용에서 경고나 주의같은 경미한 제재나 행정조치가 취소된 경우에는 기재를 생략할 수 있다.
금감원은 기본원칙은 투자판단에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공시해야한다고 보고 있다. 해외는 필수가 아니라고 볼 순 없고, 다만 해당 은행이 해외 법인이 받은 제재가 경미하다고 판단되거나 투자 판단에 영향이 없다고 본다면 생략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다른 은행과의 형평성 문제는 따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에선 해외 점포에서 똑같은 규제를 받으며 영업하고 제재를 받는데도 불구, 은행마다 판단 기준이 달라 어떤 곳은 공시를 모두 하고 어떤 곳은 안하는 점은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의견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각 은행들이 판단하는 가치와 판단이 달라 공시 투명성이 갈리는 것 같다"면서 "투자자 보호와 투명성을 높이고자 하는 은행들은 해외 제재를 모두 공시해 오히려 투자자들로부터 오해를 살 만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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