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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3일 서울 강서구 방화사거리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과 함께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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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김태우 전 구청장의 구청장직 상실로 오는 11일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내년 4월 총선 전 마지막 선거여서 총선 민심의 가늠자가 될 수 있어서다.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에 따라 김기현 국민의힘·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중 한 명은 큰 타격을 입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지도부는 이날까지 6일 동안 이어진 추석 연휴 기간 내내 강서구를 찾아 선거운동 지원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강서 지역의 재개발 욕구를 자극하는 동시에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부각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예정된 기자간담회를 취소하고 자당 김태우 후보 지원에 전력했다. 김 대표는 김 후보와 함께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전국공항노동조합 간담회에 참석해 “이번 선거는 일꾼을 뽑을 것이냐 아니면 정쟁을 하는 낙하산을 뽑을 것이냐, 민생이냐 정쟁이냐 선택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진교훈 민주당 후보가 이 대표 체제에서 전략공천된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진 후보는) 강서구 발전을 위해 어떤 청사진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건설적인 대안 하나 없이 그저 당 대표에 대한 충성심만을 강조하고 정권 심판만 되뇌고 있다”고 논평했다.
이날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약 30명이 김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윤 원내대표는 화곡역사거리 집중유세에서 “지금 이 선거가 잘못되면 민주당이 계속 윤석열 정부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려면 내년 총선도 이겨야 하지만 이 선거를 이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김 후보가 본인 귀책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에 대한 민주당 비판에 “혈세 40억원이 다시 투입되게 된 것은 매우 안타깝지만, 앞으로 3년 간 재정 낭비를 막아 4000억원을 구민들께 돌려드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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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3일 서울 강서구 방화사거리에서 서영교 최고위원 등과 함께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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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심판론과 김 후보 책임론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진 후보와 통화에서 “이번 선거는 저들의 무도한 폭력적 지배, 민생 실패, 국정 실패를 심판하는 선거라, 강서구만이 아니라 전국적 선거에 다름 아니다”라며 “이런 식으로 정치하면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식 후유증으로 입원 중인 이 대표는 이번 주중에 퇴원한 뒤 진 후보를 지원 유세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민심이 결집하고 있다”며 “강서구에서부터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심판이 시작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오는 6~7일 사전투표에 지지자들이 적극 참여해줄 것을 당부했다. 보궐선거 특성상 투표율이 낮을수록 야당에 불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오는 5일부터 선거일인 11일 사이 실시하는 강서구청장 여론조사 결과는 공표할 수 없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가 “보궐선거 비용 40억원은 애교로 봐달라” 발언으로 설화에 휩싸인 점을 부각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40억은 애교’ 발언에 사과 한마디 없는 김 후보는 무개념, 몰상식으로 무장한 채 뻔뻔하게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배진교 원내대표도 이날 강서구에서 자당 권수정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권혜인 진보당 후보도 종일 거리 유세를 했다.
김 후보와 진 후보, 정의당 권 후보는 첫 TV토론회에서 맞붙었다. 전날 진행돼 이날 방송된 토론회에서 김 후보는 진 후보가 전략공천을 받은 점을, 진 후보는 김 후보가 청와대 근무 시절 개인 비리로 해임된 점을 공략했다. 김 후보는 부동산 재개발, 자립형 사립고 유치 및 강남급 학원가 설치 등 지역 발전 이슈를 제시하면서 “도시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여당·지방자치단체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여당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진 후보는 “그런 관점이라면 대한민국에서 대통령과 정부·여당, 기초자치단체장이 모두 같은 당이어야 한다는 말인가”라며 “행정은 연속성·안정성이 필요한 일이고, 저는 (정부를) 설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후보는 “친윤(석열)과 친이(재명)로 나뉘어서 한 쪽이 사라져야만 대한민국이 살 것처럼 얘기한다”며 “지긋지긋한 두 거대 정당의 부딪침을 강서에서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진보당 권 후보 측은 전날 여야3당 후보끼리 토론회를 실시한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선거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 후보자 선거운동원이 지난달 30일 유세 중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사람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김 후보 측은 “명백한 선거 테러”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진 후보 측은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하며 피해자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여야가 총력전을 펴는 이유는 총선 6개월 전 수도권 민심을 확인할 바로미터일 수 있어서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이 대표 단식과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등 굵직한 사안이 있었던 직후에 치러지는 선거라 이에 대한 유권자 인식을 가늠해볼 수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큰 격차로 패배하면 윤 대통령 의중에 따르느라 귀책 있는 김 후보를 공천했다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김 후보는 윤 대통령 사면에 따라 출마가 가능했다. 가뜩이나 ‘윤심’(윤 대통령 의중)에 갇혀 운신의 폭이 좁다는 평가를 받는 김 대표는 리더십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윤상현·안철수 등 여당 수도권 의원들이 제기하는 총선 수도권 위기론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여당 지도체제 전환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윤석열 정부 국정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윤) 대통령이 먼저 (대통령) 비서실을 싹 교체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로 최대한 안 가려고 할 테지만 선거에 지면 수도권 동요가 장난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예상을 깨고 승리할 경우 정부·여당의 국정 운영에도 힘이 붙을 수 있다.
민주당은 야권에 다소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번 선거에서 패하거나 접전 끝에 승리할 경우 이 대표 리더십에 또 다시 손상이 불가피하다. 구속영장이 기각되긴 했지만 체포동의안 가결로 이 대표는 비(이재)명계 위력을 확인했다. 패배 시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당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잠복한 친(이재)명계와 비명계 간 갈등 수위도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승리할 경우 구속을 피한 이 대표는 당내 자신의 거취 논쟁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 승리를 발판 삼아 내년 총선을 이끌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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