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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IMID 2023'에 참가한 삼성디스플레이 전시 부스 전경./삼성디스플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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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에서 핵심 공정 기술을 십수 년간 담당하다가 퇴직한 직원이 바로 중국 경쟁 업체에 재취업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전직을 제한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박범석)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퇴사자 김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렸다. 김씨는 작년 1월 퇴사하며 삼성디스플레이와 ‘전직 금지 약정’을 체결했는데, 이에 따라 경쟁 업체에 우회 취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씨는 2008년 9월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을 위한 레이저 공정 및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그룹장(PL)으로 근무했다. 그가 맡은 공정은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될 만큼 가치가 높았다.
OLED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김씨가 퇴사하게 되자, 삼성디스플레이는 그와 전직 금지 약정을 체결했다. “퇴직일로부터 2년간 영업 비밀 등이 누설되거나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경쟁 업체에 전직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회사는 전직 금지 대가로 김씨의 1년 치 연봉에 맞먹는 88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김씨가 퇴사 후 3개월 만에 중국에 있는 B사에 취직하면서 문제가 됐다. 이 회사는 프레스 기계, 생산 라인 부속품 등을 만드는 영세 업체였는데, 전직 금지 회사에 해당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김씨가 실제로 B사가 아닌 중국 디스플레이 경쟁사에 우회 취업을 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김씨의 우회 취업 가능성을 인정하며 삼성디스플레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김씨가 쌓은 경력과 이전 급여 수준 등에 비추어봤을 때 총 직원 수 7명, 자본금 19억원에 불과한 B사에 취업한 것이 의심스럽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B사에서 의료용 레이저 치료기기를 제조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재판부는 “B사가 주력 상품으로 보이지 않는 물품 기술을 위해 김씨를 채용한 이유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또 B사 건물 외부나 간판 등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증거로 제출했지만, 이를 통해 실제 재직 여부를 판별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경쟁 업체로 취업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사정이 있는 경우 전직 금지 가처분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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