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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국경절 ‘황금연휴’기간인 3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국내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조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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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난징에 사는 장티엔티엔(31)은 중국의 중추절·국경절 황금연휴(9월29일~10월6일)를 맞아 친구와 단둘이 한국을 찾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한국 여행을 한 적 있는 그는 이번이 두 번째 한국 방문이다. 3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2시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라 부담 없이 올 수 있었다”라며 “서울은 물가가 더 비싸진 것만 빼면 지난번과 그대로다. 쇼핑하기 좋고 음식이 맛있다”라고 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메카’였던 명동은 그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2017년 사드 보복 조치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국인 방문객의 발길이 끊겼던 명동이 몇 년 만의 대목을 맞았다. 지난 8월31일 중국 정부는 6년 5개월 만에 한국 단체관광 금지 조치를 해제했고, 그에 더해 중국 중추절(9월29일)과 국경절(10월1일)이 겹쳐 8일간의 황금연휴가 생긴 덕택이다.
한국도 추석·개천절 연휴 마지막날인 이날 서울 명동 거리 곳곳에서는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관광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코로나 유행 이전과 달라진 점은 단체 관광객인 ‘유커(游客)’는 눈에 잘 띄지 않은 대신 친구나 가족 단위의 개별 관광객인 ‘산커(散客)’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명동 상인들은 “깃발 든 단체관광객이 많았던 이전엔 고객 80%쯤이 중국인 관광객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작년보다 늘긴 했지만, 코로나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된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산커들에게 중국과 가까운 한국은 연휴에 찾기 좋은 여행지라고 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40대 청하오 푸는 비자를 받기 비교적 간편하고 거리가 멀지 않은 서울에 “쉬러 왔다”고 했다. 그는 “큰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발 닿는 대로 걸어 다니면서 상하이에서 파는 게 아닌 진짜 한국 음식을 먹어볼 것”이라고 했다. 중국 항공 데이터 제공업체 플라이트 마스터에 따르면 상하이발 서울행은 항공권 예약 기준으로 이번 연휴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목적지 중 아시아 지역 1위로 꼽히기도 했다. 상하이-도쿄, 베이징-도쿄, 항저우-오사카, 베이징-서울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소규모로 자유여행을 하던 이들은 한국 내 여행·관광지로 서울의 홍대·강남·성수 등 번화가와 경복궁·청와대·전통시장 등지를 고루 언급했다. 카카오프렌즈샵, 다이소 등을 명소로 꼽는 이들도 있었다. 베이징에서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서울을 찾은 아리아 웡(29)은 4박5일 일정 중 하루는 강원 강릉에 갈 것이라고 했다. 웡은 “나는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인데, 한국에 처음 온 한 친구는 모든 음식을 한국식으로 먹고 있다”라며 “한국식 고깃집과 프라이드 치킨이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다”라고 했다. 장티엔티엔도 “한국 TV쇼에서는 언제나 치킨을 먹길래 우리도 어젯밤에 호텔에서 치킨을 시켜 먹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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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상인들은 최근 중국인 개인 관광객이 늘었지만 단체 관광객의 증가는 아직 체감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한 환전소의 직원은 “코로나 때엔 환전소를 찾는 건 유학생뿐이었다”라며 “하루에 4~5건 되던 개인 고객들의 위안화 환전이 최근 30건 이상으로 5~6배는 늘었다”라고 했다. 외국인을 주 고객으로 하는 화장품 가게 직원 박모씨(35)는 “이전엔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 60~70%가 중국 고객이었다면 지금은 10% 정도”라면서도 “단체관광이 재개된 지 이제 한 달이니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했다.
단체관광객인 유커들의 귀환 조짐은 골목상권보다는 면세점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지난 2일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1000여 명이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점의 면세점을 방문했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8월10일부터 지난달 25일까지 명동 본점의 중국인 매출이 직전 달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 늘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중국인 단체 관광객 매출은 150%가량 증가했다고 면세점 측은 밝혔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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