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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1000조 돌파, 덩치 세계 3위인데 수익률은 꼴찌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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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선일보

1000조원 자산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위원회는 복지부 장관, 정부 부처 차관, 사용자, 노동계 대표 등 투자전문가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지난 6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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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적립금이 지난달 1000조원을 넘어섰다. 1988년 기금을 만든 지 35년 만에 일본 공적 연금(1987조원), 노르웨이 국부 펀드(1588조원)에 이어 세계 3위 연기금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커진 덩치에 비해 수익률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지난 10년 연평균 수익률이 5%대에 머물러, 세계 연기금 중 수익률 1위 캐나다 연금(9.8%)의 절반에 불과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7.1%)이나 노르웨이 국부 펀드(6.8%)보다 훨씬 낮다. 주요 글로벌 연기금 중 꼴찌권이다.

운용 수익률을 높이려면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지배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캐나다 연금은 정부·정치권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투자 전문가들에게 연금을 맡기고 ‘수익률 하나만 본다’는 목표를 법으로 명시해 놓았다. 반면 우리 국민연금은 정부 입김에 취약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자산 배분 비율 등을 결정하는 기금운영위는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고 부처 차관 4명, 사용자·노동계 대표 각 3명 등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주요 연기금 중 이런 의사 결정 구조를 가진 곳은 국민연금뿐이다.

국민연금이 5년 임기 정권에 의해 정치 도구로 활용되는 경우가 잦았다. 문재인 정부 때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회장을 물러나게 하고 한전공대 설립 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등 정권 주문대로 움직였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KT 이사회가 대표 연임을 결정하자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정부 입김에서 여전히 독립돼 있지 못하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상장 기업이 300곳에 가깝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개별 기업 간섭에 악용될 경우 기업 경영이 위축되고, 결국 국민연금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치권 요구로 국민연금 본사를 전주로 이전한 이후 매년 운용 인력의 10%가량이 퇴직하는 문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일체의 정치적 요소를 배제하고 오로지 ‘수익률 극대화’만 추구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의 모든 의사 결정 시스템과 지배구조를 수술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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