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도 넘은 ‘효캉스’에 자식들 불만
해당 호텔의 온라인 광고를 살펴보니 ‘미스터 트롯에 나온 곳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면 동네방네 자랑하실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7일부터 시작하는 한글날 연휴, 이 호텔의 킹 사이즈 침대 3개가 포함된 255㎡(77평)짜리 방은 1박에 440만원까지 치솟았다.
추석 등 연휴를 맞아 ‘효심’을 이용한 상술이 판치고 있다. 호텔뿐만 아니라 해외여행, 성형 등 업계에서도 ‘효도’를 내세운 상품들을 비슷한 수준의 다른 서비스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제주의 한 대형 호텔은 1박 숙박과 조식 세트 등을 포함한 ‘럭셔리 효(孝)캉스 패키지’를 정상가보다 2배 이상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 ‘효캉스’라는 말도 떠올랐다. 호텔에서 보내는 휴가를 뜻하는 ‘호캉스’의 맨 앞 글자를 ‘효(孝)’로 바꾼 신조어다.
‘효도’를 내세운 해외여행 패키지는 기존 여행 비용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한 업체에서 내놓은 태국의 방콕·파타야 ‘효도 여행’은 1인당 170만원에 달하지만 숙소는 1박에 12만원 정도 호텔로 제한돼 있고, 관광 코스도 100만원 수준인 다른 패키지와 차이가 없었다. 부모님과 여행을 고민하던 김모(36)씨는 “효도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50만원 이상씩 비싸진다”고 했다.
효심을 노린 성형외과 마케팅도 성행한다. 서울 강남 한 유명 성형외과는 ‘효도 성형’을 내세워 중년 전용 시술을 내놨다. 처진 눈꺼풀을 개선하는 안검하수 시술 등이 포함된 패키지다. 또 다른 성형외과는 ‘부모님께 젊음을 선물하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레이저 리프팅, 눈 밑 주름을 개선할 수 있는 보톡스 시술 등을 포함한 ‘해피 추석 효도 패키지’를 125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효도 비용에 자식들 사이에서는 “효심을 노린 상술이 지나치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구모(41)씨는 “물가도 비싼데 효도라는 말만 들어가면 수십만원씩 비싸지니 도무지 엄두가 안 난다”며 “다른집 자식들과 비교될까 안 해드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박혜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