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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 흉상 훼손…경찰 수사 착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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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수사 의뢰, 결과 따라 흉상 복원 등 논의

'이념 논쟁'에 갈등 지속…훼손자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

뉴스1

2일 오후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거리에 조성된 흉상이 훼손돼 바닥에 쓰러져 있다. 2023.10.2/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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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최성국 이승현 기자 =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거리에 설치된 정율성 흉상이 밤중에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정율성 흉상을 관리하는 주체인 광주 남구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한 뒤 흉상 복원 등 후속 조치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2일 광주 남부경찰서와 남구 등에 따르면 보수계 전도사로 알려진 윤영보씨가 전날 밤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거리에 있는 정율성 흉상을 파손시켰다.

남구로부터 수사를 의뢰받은 광주 남부경찰서는 윤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했다.

윤씨는 지난 1일 밤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 거리에 있는 정율성 흉상에 밧줄을 묶어 넘어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흉상 상단부에 밧줄을 묶은 뒤 차량으로 끌어가는 방식으로 흉상을 훼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경찰 수사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광주시에 정율성 기념사업 철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런 행동(철거)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에 의인이 많은데, (정율성 사업 등을 통해) 광주가 오히려 공산주의를 기념하는 전초기지가 됐다"고 주장하고 "동상을 다시 세우는 사람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고도 했다.

경찰은 윤씨를 3일 경찰서로 소환해 구체적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현재 흉상은 넘어져 있고 기단만 남아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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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거리에 조성된 흉상이 훼손돼 수리중 팻말이 붙어있다. 2023.10.2/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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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는 훼손된 흉상이 흉물스럽게 넘어져 있는 점을 감안해 상단부를 덮어 보이지 않게 조치했다.

정율성 흉상은 2009년 4월 중국 광저우시 해주구 청년연합회가 남광주JC에 기증했고, 남광주JC는 이를 다시 남구에 기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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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정당인 자유통일당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28일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 거리 흉상 앞에서 정율성 기념사업 철회를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2023.8.28/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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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가 정율성 흉상의 실소유주인 만큼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훼손자에게는 재물손괴 등의 범죄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남구는 경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훼손된 흉상을 복원하는 방안 등의 후속 대책을 논의한다.

앞서 광주 5개 구청장협의회는 공동성명을 통해 '정율성 선생은 항일운동가'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한 만큼 개인의 흉상 훼손을 계기로 한 전면철거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이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광주 5개구 구청장협의회는 "정율성 선생의 삶은 일제의 한반도 강제 병합이라는 암울한 시대와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역사의 흐름과 함께 했다. 현재의 시대적 가치를 기준으로 그의 생애 중 한 면만을 부각시켜 정체성을 규정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율성 역사공원이 최초의 취지와 목적에 따라 순조롭게 조성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논쟁의 가운데에 있는 정율성(본명 정부은)은 일제강점기였던 1914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의열단에 가입해 활동하다가 1936년 '오월의 노래'를 시작으로 '팔로군 행진곡(현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 등을 작곡해 중국 음악의 대부로 꼽힌다.

1945년 광복 뒤 북한에서 조선인민군 구락부장·협주단장으로 활동, 6·25전쟁 시기엔 중국 인민지원군의 일원으로 전선 위문활동을 했다. 1956년 이른바 '8월 종파사건'을 계기로 중국에 귀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주시는 2020년 5월 동구 불로동 생가 일대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말까지 48억원을 들여 완성하기로 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 8월쯤 '정율성은 인민해방군 행진곡을 작곡한 장본인'이라며 공원조성 사업 철회를 요구하며 논쟁에 불을 붙였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박 장관의 공원조성 사업 철회 유구에 '철 지난 이념 논쟁'이라며 기존 입장대로 추진할 것을 명확히 했다.

강 시장은 "정율성 사업은 국익을 앞세운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외교적 인식에서, 그리고 노태우 정부로부터 시작된 북방 정책에서 한중 우호와 문화교류 차원으로 시작돼 온 사업"이라며 "정율성 역사공원 사업은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를 꿈꾸는 광주시와 광주시민들에게 믿고 맡겨달라"고 강조했다.

정율성 논란은 정치권 등으로 일파만파 번졌고, '기념공원 계획 취소 요구' 집회를 벌이는 보수시민단체들과 '역사 논쟁 중단'을 촉구하는 정치권, 시민단체들 간의 충돌도 지속돼 왔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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