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거래는 오해…실무와 명백한 차이 있어
국내 도입 위해서는 인식 전환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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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18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13일간 대검찰청의 조직·인사, 예산·회계 및 검찰사무 등 업무수행 전반을 점검한다. 대검찰청에 대한 직접 감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 전경. 2018.6.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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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현장 검사들이 '폴리바게닝(유죄협상죄)' 도입을 통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놔 주목된다.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성호(사법연수원 40기) 춘천지검 검사와 박노산(42기) 전주지검 검사, 최대호(43기) 서울중앙지검 검사 등 5명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7∼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벤츄라 카운티·산타 클라라 카운티 검찰청과 법원을 방문해 미국 검찰의 직접수사 절차 및 폴리바게닝 적용 실태 등을 파악해 작성됐다.
폴리바게닝 제도란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가벼운 범죄로 기소하거나 형량을 낮춰 주는 제도를 뜻한다. 미국은 수사·기소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해당 제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영국 등 일부 국가도 시행 중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폴리바게닝은 미국 검찰과 판사 그리고 피고인과의 계약 성격을 띄며, 검사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과 △형량에 대한 협상을 하는 방식 △중범죄에서 경범죄 등으로 혐의 수준을 낮추는 방식 △공소 취소를 하는 방식 등으로 진행한다.
경범죄의 경우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 지불·범죄 장소 또는 피해자에 대한 접근 금지·범죄와 관련된 사회봉사 등 조건을 부과하고 이를 준수하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기도 한다 .
폴리바게닝 제도가 활용되는 주된 이유는 검사가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필요성이 있거나, 사전에 사건을 검토한 결과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가 예상보다 중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추가 증거 수집에 불필요한 수사력이 낭비되는 것을 줄이기 위한 이유 등으로 사법 비용을 낮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판사가 플리바게닝의 주체가 되는 경우에는 검사의 공소사실 자체는 바꿀 수는 없지만, 피고인에게 적용된 법률을 중범죄에서 경범죄로 감경하는 방식으로 형량 협상을 할 수 있다.
이번 연수를 마친 검사들은 폴리바게닝 제도 도입은 실체적 진실 발견과 형사 절차의 신속성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이를 통한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검사들은 "폴리바게닝 과정에서 피의자 등은 변호인의 조력을 충분히 얻어 폴리바게닝 협상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이후 법원의 유죄인정 심문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에 대한 입증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가 충분히 마련된다면 실체적 진실 발견과 형사 절차의 신속이라는 형사소송의 기본 이념을 모두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또 일각에서 주장하는 실체적 진실을 외면한 사법 거래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현장 실무와 명백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사들은 "폴리바게닝 운용 과정을 참관한 결과 검사 또는 판사의 자의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마련된 엄격한 양형 기준을 통해 그 범위가 결정된다"며 "현장 실무는 세간의 우려와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폴리바게닝 국내 도입에 있어서는 형사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한다고 설명했다.
검사들은 "폴리바게닝은 미국의 배심제 등 고유의 사법제도를 통해 장기간 형성된 제도로 국내 도입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형사사건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이원석 검찰총장 역시 "미국 형사절차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플리바게닝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우리 검찰 제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검찰 내부에서는 지난해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되자 '플리바게닝'이나 미국식 대배심제 등 대책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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