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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을 것 없다”는 ‘겁 없는 막내’ 이해란, 정선민호 게임 체인저로 자리잡다 [항저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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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저는 잃을 것이 없잖아요.”

이해란(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이 대표팀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잃을 것이 없다”는 담대한 마음이 있었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농구 국가대표팀은 1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조별리그 C조 3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87-59로 승전고를 울렸다. 앞서 태국(90-56)과 북한(81-62)을 격침시켰던 한국은 이로써 3연승을 질주, 조 1위로 8강에 나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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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민호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잡은 이해란. 사진(항저우 중국)=이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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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란(왼쪽)은 북한전에 이어 대만전에서도 맹활약을 펼쳤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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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대승이었지만, 과정은 결고 순탄치 않았다. 한국은 1쿼터 초반 대만의 공세를 막는데 애를 먹으며 주도권을 내줬다.

그러나 위기에 몰린 한국에는 이해란이 있었다. 교체 투입된 그는 쾌조의 몸 놀림을 선보였다. 날카로운 패스로 양인영의 득점을 돕는가 하면, 본인이 직접 골밑슛과 자유투로 득점을 적립하기도 했다. 물론 리바운드에도 적극적이었다.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꾼 한국은 1쿼터를 21-18로 역전에 성공한 채 끝낼 수 있었다.

2쿼터부터 이해란의 더욱 활발히 움직였다. 내, 외곽을 가지지 않고 득점포를 가동했으며, 궂은 일에도 발 벗고 나섰다. 이런 그의 수훈에 힘입은 한국은 대만을 물리치고 기분좋게 8강 무대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해란의 이날 최종성적은 11득점 4리바운드 1어시스트. 경기 후 정선민 대표팀 감독이 “(이해란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나서부터 항상 식스맨 역할을 꾸준히 잘해줬다. 본인이 맡은 역할에 대해 노력을 하고 부응하기 위해 장점을 극대화하며 잘해주고 있다. 본인 의지가 좋다. 잠깐 뛰더라도 본인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안다. 그런 분위기가 나머지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할 정도의 대단한 활약상이었다.

항저우에서 이해란의 활약은 비단 이날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앞서 열린 북한전 2쿼터에도 그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당시 한국은 205cm의 압도적인 신장을 자랑하는 센터 박진아를 앞세운 북한의 공격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때에도 이해란은 안팎에서 활발한 모습으로 북한을 공략,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내며 한국의 역전승에 기여했다. 그가 이처럼 결정적인 순간 잘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대만전이 끝나고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해란은 ”저는 여기서 막내이지만, 코트에 들어가면 그런 것이 없다(웃음)“며 ”어떻게 보면 저는 잃을 것이 없다. 중요한 순간에 들어가게 되면 부담감이 들긴 하지만, 정신줄을 놓지 않고 열심히 하려 한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열심히라는 단어가 어색하긴 한데, 하나하나씩 잘하는 것을 먼저 하려고 한다. 많이 뛰는 언니들을 돕기 위해 궂은 일도 먼저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슛도 잘 들어가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현재 이해란의 출전 시간은 많지 않다. 태국전에서 12분34초를 뛴 그는 북한전에서 11분51초만을 소화했고, 대만전 역시 11분17초에 그쳤다. 더 많은 출전 시간을 부여받고 싶은 욕심도 분명히 있을 터.

그럼에도 이해란은 ”욕심이야 굴뚝같지만 저는 언니들에 비해 아직 부족하다. 그래도 기회가 주어진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며 코트에 나선다. 코트에 들어가면 100%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대표팀의 분위기는 매우 좋다고. 그는 ”제가 막내인데, 모든 언니들이 다 도와준다. 언니들을 비롯해 감독님, 코칭스태프까지 한 마음이다. 가족같은 따뜻한 분위기“라며 ”이런 것이 저는 너무 좋다. 외부에서는 간혹 안 좋다는 소리가 있긴 한데, 당사자인 저희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1일 저녁 8강 대진표가 편성됐고, 그 결과 대표팀은 한국시각으로 오늘(2일) 오후 9시 사오싱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필리핀과 격돌하게 됐다. 만약 한국이 필리핀을 제압한다면, 4강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4 인천 대회 이후 9년 만이자 통산 5번째(1978 방콕, 1990 베이징, 1994 히로시마, 2014 인천) 우승을 노리는 대표팀으로서는 꼭 넘어야 하는 상대들이다.

이해란은 ”크게 보면 금메달을 목표로 가고 있지만, 8강과 4강에서 잘해야 올라갈 수 있다. 좋은 과정을 거쳐 볼 수 있도록 잘해보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항저우(중국)=이한주 MK스포츠 기자

[항저우(중국)=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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