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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 유명 연예인, 재활시설 입소비 '50만원'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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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마약청정 무너진 인프라]④마약투약자 60만명인데 재활시설 입소자는 30명…그나마 사비로 운영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범정부적 차원의 역량을 쏟아붓고 있지만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나온다. 마약에 손 못대게 하는 예방과 발을 들이더라도 빠르게 적발해 공급조직까지 잡아내는 단속, 재범 삼범을 막고 마약환자들을 다시 사회로 되돌리는 재활·치료의 3단계 인프라가 사실상 붕괴됐다. 현장에선 마지막 '골든타임'을 지금이라도 붙잡지 않으면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되찾는 것은 요원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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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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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을 끊으려면 삶을 통째로 재건해야 합니다. 100번 유혹을 참고 101번째에 실패하면 재범이 되는 거에요. 그런데 삶을 재건할 방법을 배울 곳이 없어요."

최진묵 인천 다르크(마약중독재활센터) 센터장(48)은 "단약은 마약을 찾는 심리적 요인을 없애고 주변 사람과 삶의 환경을 아예 바꿔야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센터장 역시 단약자다.

한국의 마약류사범은 올해 처음으로 2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이 검거하지 못한 투약자는 60만명에 이른다는 예측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 시설에서 재활을 하고 있는 마약사범은 30명 안팎에 불과하다.


"교도소엔 마약투약 사범 넘치는데 재활시설은 문 닫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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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문 인천 다르크 센터장/사진=CBS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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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센터장은 17살에 마약에 중독됐다. 마약류 전과만 9범. 8년간 복역 후 마약을 끊고 마약치료 기관인 인천참사랑병원에서 상담실장으로 일하다 인천 다르크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10대 청소년부터 아이돌 그룹 출신 방송인, 성매매 여성 등 여러 마약중독자를 만나 상담하면서 내린 결론은 하나다. 단약을 위해선 마약을 하는 심리적 이유와 조건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

최 센터장은 "심리상담과 병원의 입원·약물치료로는 단약이 불가능하고 최소 1년간 함께 생활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될까 말까"라며 "중독자 주변에는 중독자가 있기 마련이다. 어려움에 공감해주고 주변 인간관계가 다 바뀔 때까지 1~3년은 함께 생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태현이를 봐라. 사실상 연예계에서 퇴출됐고 시설 입소비 50만원이 없는 상태다"며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중독자 중 연예계 복귀한 사람은 없다. 사회적 관계도 다 끊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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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현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진행된 tvN 예능프로그램 '작업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작업실'은 열 명의 청춘 남녀 뮤지션들이 함께 생활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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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는 가수 남태현이 지난 5월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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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아이돌 그룹 WINNER(위너) 출신 방송인 남태현씨(29)는 현재 필로폰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남씨는 경찰에 검거된 후 광고 계약 위약금 등을 지불하는 데 모아둔 돈을 다 썼다고 한다.

현재 인천·대구·김해 3곳의 다르크(DARC)에 입소한 인원은 30명 남짓이다. 다르크는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해 기부금과 운영자 사비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경기 다르크는 허가 없이 정신재활시설을 운영했다는 이유로 경기 남양주시의 개선명령을 받고 운영을 중단했다. 최 센터장은 "마약 근절을 위해서는 다르크와 같은 시설이 더 많아져야 한다"며 "제도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데 현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전직 마약상의 고백 "투약·판매·밀수사범이 한방에…거미줄 인맥 만드는 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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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훈 작가가 교도소에서 쓴 일기장과 그 내용을 토대로 쓴 소설 '1그램의 무게' 초고. /사진=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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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훈 작가(37)는 과거 마약판매상이었다. 2017년 캄보디아에 머물던 임 작가는 상선에게 마약을 받아 0.5~1g 정도로 소분한 뒤 텔레그램에서 마약을 팔았다. 8개월쯤 됐을 때 한국에서 '던지기'를 하던 일당이 체포되면서 결국 덜미를 잡혔다. 그는 징역 4년을 살고 지난해 2월 만기 출소했다.

임 작가가 마약판매상이 된 이유는 돈이었다. 빚이 있었고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친구 권유에 넘어갔다. 자신이 판 마약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지 못했다. 관심도 없었다. 그는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마약 중독자들을 실제로 만난 뒤에야 스스로가 얼마나 끔찍한 죄를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임 작가는 "구치소에 머문 1년2개월 동안 수백명의 마약수들이 오갔고 그들은 하나같이 약에 취해 있었다"며 "약이 덜 깨 철창을 붙잡고 제자리에서 방방 뛰는 사람, 밤새도 배의 털을 뽑는 사람, 처방받은 정신과 약을 빻아 코로 흡입하는 '코킹'을 하는 사람을 보며 '내가 진짜 쓰레기 짓을 했구나' 죄의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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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훈 작가가 교도소에서 쓴 일기장과 그 내용을 토대로 쓴 소설 '1그램의 무게' 초고. /사진=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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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작가는 자신을 '자살 인도자'라고 칭했다. 마약을 파는 것이 한 사람을 사지로 모는 것과 같다는 뜻에서다. 그가 있던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약전과자도 있었다. 그는 "내 상선과 일하던 사람이 자살했다고 해 충격을 받았는데 구치소에서는 흔한 일이라더라"며 "약을 끊고 싶은데 못 끊으니 아예 목숨을 끊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밝혔다.

임 작가는 구치소 내 마약 사범들을 몰아두는 것이 추가적인 마약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들이 적절히 분리 수용하고 관리해 재범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마약 초범과 누범은 나누지만 투약자, 판매자, 밀수자를 한 곳에 섞어놓다 보니 그 안에서 밀수 방법, 판매 방법 등 '노하우'를 공유한다"며 "투약자는 상선을 만들고 상선을 하선을 만들며 거미줄처럼 뻗어나간다"고 했다.

임 작가는 구치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1그램의 무게'를 썼다. 용서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가 겪은 일, 그의 죄책감을 반면교사 삼았으면 해서다. 그는 "나는 죽을 때까지 욕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면서도 "마약 중독의 실상을 모르고 호기심에 마약을 접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대구=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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