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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현대에 배우 김희선이 이우환·박서보 작품과 나타났다. [여기 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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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다니는 열정으로 공부를 했으면 하버드대를 갔지!”

어릴 적부터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동료들과 퇴근 후 한잔하고 싶은데 어디가 맛집인지 모르겠다고요? 친구, 연인과 주말을 알차게 놀고 싶은데 어디가 핫플인지 못 찾으시겠다고요? 놀고 먹는데는 만렙인 기자, 즉흥적인 ENTP이지만 놀러갈 때만큼은 엑셀로 계획표를 만드는 기자가, 직접 가보고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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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콘텐츠 디렉터로 나선 배우 김희선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 6층 ALT.1에서 열린 첫번째 아트 프로젝트 ‘아름다운 선물 展’ 전시 미디어데이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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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데뷔 30주년을 맞아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었는데요. 혼자였으면 해내지 못했을 거라고, 훌륭한 작가 선생님들이 제 든든한 백이라고 생각하고요. 선생님들의 정말 훌륭한 작품에 숟가락만 얹었다고 할까요? 50년 이상 한 길만 걸어오신 선생님들 덕분에 겸손해졌고요, 많이 배웠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현대서울 6층 ‘ALT.1′. 국내 최고 작가 박서보·이우환·박석원·김강용·강형구·이이남의 작품 130여점 앞에서 배우 김희선이 말합니다. 늘 당찼던 그녀가 이렇게 수줍게 말하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인데요. 현장에 있던 김강용·강형구 선생님도 흐뭇하게 바라보시더라고요.

◇데뷔 30년 콘텐츠 디렉터로 변신한 배우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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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디렉터로 나선 배우 김희선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 6층 ALT.1에서 열린 첫번째 아트 프로젝트 ‘아름다운 선물 展’ 전시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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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은 1993년에 데뷔해 올해로 30년을 맞이한 배우 김희선이 ‘콘텐츠 디렉터’로 변신해 소개하는 첫 번째 아트 프로젝트 ‘ATO : 현대 미술 거장 6인 아름다운 선물전’ 입니다. ATO란, 동양의 미적 보물(Aesthetic Treasures of Orient)이라는 뜻인데요. 그는 “이런 좋은 작품들을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오는 15일까지 더현대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 입장권은 무료이고요. 내년 4월에는 프랑스 전시도 예정돼 있다고 하네요.

배우 김희선은 2017년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서 우아진 역을 맡으며 미술 전시, 그리고 작품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드라마를 위해 국내 미술 작가, 갤러리 등의 작품을 감상하며 미술과 인연을 맺었다고 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어린 아이들의 작품을 작은 공간에서나마 소개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어린 작가들도, 그 작품을 보는 사람들도 모두 행복해하는 모습에 이번 전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해요. “제 인생에서 의미 있는 30주년이 되려면 그동안 연기만 했던 저에게 외도 와도 같은 또 다른 도전을 해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를 사랑해주는 팬들을 위해서도 뭔가 의미 있는 기획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배우가 아닌 디렉터로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다니며 참여 작가를 섭외하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박서보 기지재단을 시작으로 이이남 광주 스튜디오, 이우환 일본 가마쿠라 작업실, 강형구 압구정 작업실, 박석원 파주 작업실, 김강용 양평 작업실 등을 방문했는데요. 그는 “작가님들과 만나 이야기 하며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고 신기한 느낌을 받았습니다”며 “선생님들과 수다도 떨고, 세상 이야기도 했습니다”고 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작업실 방문 사진들도 전시돼 있어 이우환 선생님의 일본 가마쿠라 작업실 등 평소 보지 못하던 공간의 내부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재미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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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운 기자 이우환 선생님과 배우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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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희선은 이렇게 작가님들과 만나고 작업실을 방문하며 느낀 점을 영화 속 배역의 모습으로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박서보 선생님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는데요.

“박서보 선생님은 젊은 시절부터 고령의 나이가 된 지금까지도 언제나 한국 미술의 ‘힙’함을 담당하는 살아있는 전설답습니다. 여전히 도전 정신이 넘치고,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우리 선생님은 영화 ‘자이언트’의 ‘제임스 딘’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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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운 기자 박서보 작가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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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장에는 오시지 못했지만 박서보 선생님이 참 기뻐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선생님들은 어떤 분과 비유하셨는지 전시장에서 찾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

◇현대미술 거장 6인 작가의 작품 130여점

배우 김희선의 데뷔 30년을 함께 축하하지 않더라도 이번 전시는 그 자체만으로도 방문할 만합니다. 행위의 반복적 수행의 사유하는 작가 박서보, 일상의 속도에 지쳐 있는 당신에게 잠시의 여백을 선물하는 작가 이우환, 한지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작가 박석원,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극 사실 벽돌 작가 김강용, 자화상을 넘어 자아상을 선물하는 작가 강형구, 고전 회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가 이이남의 작품을 모두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들의 작품 130여개를 모두 보려면 큰 아트페어나, 아트페어에서도 여러 부스를 하루 종일 돌아다녀야 가능한 일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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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에이치아트이엔티제공 1970년대 이우환 작품 '선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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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다른 전시에서 보기 어려웠던 다양한 작품들이 나옵니다. 이우환 작가는 초창기의 ‘점에서부터’ 에서 최근작 ‘다이얼로그’ 등 다양한 작품이 소개 되고요. 벽돌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김강용 작가도 다양한 작품이 나옵니다. 큰 캔버스에 그려져 있는 벽돌은 응축된 무언가를 상징하는 것 같지요. 이이남 작가는 판문점에 있던 그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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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디렉터로 나선 배우 김희선과 김강용 작가(오른쪽)가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 6층 ALT.1에서 열린 첫번째 아트 프로젝트 ‘아름다운 선물 展’ 전시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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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의 대가 강형구 작가는 처음으로 아시아 여성을 그리는 작업을 시도했는데요. 바로 김희선 배우입니다. 오드리 헵번 등 서양 배우만 그렸던 그는 이렇게 말했는데요.

“이렇게 많은 얼굴을 그리면서 단 한 번도 아시아 미인들을 그려보지 못했다는 것에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저 스스로도 공부가 많이 됐고,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얼굴을 그린다는 건 그 사람의 인성과 인품을 그리는 것입니다. 제가 오드리 헵번을 좋아하는 이유는 선량한 인품 때문입니다. 제가 김희선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렇습니다. 저는 연예인 김희선을 그렸다기보다, 인품이 훌륭한 김희선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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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디렉터로 나선 배우 김희선과 강형구 작가(오른쪽)가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 6층 ALT.1에서 열린 첫번째 아트 프로젝트 ‘아름다운 선물 展’ 전시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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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초상화를 본 김희선은 “선생님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 그림 볼 때마다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습니다”라고 하더라고요. 강형구 선생님이 실제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은 전시장에서 ‘라이브 드로잉’으로 볼 수 있는데요.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됩니다. 앞으로는 10월 5일과 7일, 12일과 14일 진행되겠네요.

배우 앤서니 퀸이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개인전을 가진 게 1998년입니다. 최근에는 가수 송민호, 배우 하지원 등 직접 작품을 제작하고 발표하는 국내 연예인들이 많아졌습니다. 방탄소년단의 RM이나 빅뱅의 탑 등 작품을 수집하면서 미술계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유명 연예인 또한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대형 미술전시회의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유명 연예인은 국내에선 김희선이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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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디렉터로 나선 배우 김희선과 이이남 작가(오른쪽)가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 6층 ALT.1에서 열린 첫번째 아트 프로젝트 ‘아름다운 선물 展’ 전시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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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 미술평론가는 “김희선의 인간적인 매력과 미술에 관한 교양의 개입으로 이번 전시는 표정이 풍부해졌습니다. 대중은 미술에 쉽게 다가서고 미술인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이라고 말했습니다.

배우 김희선은 “이번 전시는 사랑을 주신 분들에게 제가 드리는 감사의 선물과도 같은 전시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번 전시에 함께하시고 많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배우가 아닌 콘텐츠 디렉터로 참여하게 된 이번 전시는 함께한 모든 시간이 저에게는 잊지 못할 선물이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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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운 기자 김희선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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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그렇겠지만, 저 역시 이 여섯 작가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박서보 선생님을 인터뷰하러 기지재단을 방문하기도 했고, 이우환 선생님의 대규모 개인전을 보러 일본 도쿄 국립신미술관을 방문하기도 했었는데요. 여느 때처럼 작품을 보다 옆에 있던 김희선 배우를 보는데,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간이 만든 그 어떤 작품보다, 신이 만든 작품이 가장 아름답구나.”

저와 같은 경험을 하고 싶은 분들께 김희선 배우가 전시장을 방문하는 날을 알려 드리면 10월 8일과 10월 15일입니다. 순수 예술과 대중 예술의 최고 레전드가 함께하는 현장을 직관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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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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