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많이 끼면 ERCP 받은 뒤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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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우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의료진이 내시경적역행성담췌관조영술(ERCP)을 시행하고 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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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에 지방이 많이 끼어 있으면 췌장·담관 질환 진단 및 치료를 위해 쓰이는 ‘내시경적역행성담췌관조영술(ERCP)’을 받은 뒤 췌장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령이거나 당뇨·고혈압 등 대사질환이 있어 췌장의 지방 축적이 늘면 췌장염 위험도 커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췌장과 담관 질환의 유병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장기 일대에 생기는 여러 질병을 진단과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ERCP 시술을 시행하는 사례도 최근 크게 늘고 있다. ERCP는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삽입한 뒤 십이지장 유두부라는 작은 구멍을 통해 담관과 췌관에 조영제를 주입하고 병변을 관찰하는 시술이다.
ERCP 후에는 급성췌장염을 비롯해 출혈과 천공 등이 합병증으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급성췌장염은 오랜 기간의 치료가 필요해 사회경제적 부담이 큰 질환이다. 하지만 그동안은 ERCP 후 발생하는 급성췌장염을 막기 위한 예방법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여기에 주목해 췌장에 지방이 낀 췌장지방증이 있는 경우 ERCP 후 췌장염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진은 2020년 11월부터 2022년 7월까지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을 포함한 각 병원에서 ERCP를 받은 환자 527명을 대상으로 ERCP 후 췌장염 발생여부를 조사했다. 전체 환자 중 157명은 췌장지방증이 있었고, 나머지 370명은 췌장지방증이 없었다. 췌장지방증 여부는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통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 췌장지방증이 있는 157명 중에선 14%에 해당하는 22명에게 췌장염이 발생했다. 췌장지방증이 없는 환자군 370명 중에서 췌장염이 발생한 비율은 6.2%(23명)에 그쳤다. 이후 연구진이 연령·성별·당뇨병·고혈압 등의 변수를 조정한 결과 ERCP 후 췌장염이 발생할 확률은 췌장지방증이 있는 그룹이 없는 그룹보다 2.0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세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췌장지방증이 있는 환자에게 ERCP를 시행한 경우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를 처방하는 등의 예방조치를 먼저 시행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이번 연구에서 췌장지방증 발생의 위험인자로는 연령과 여성, 당뇨병·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이 꼽혔다”며 “특히 나이가 들수록 췌장 실질이 감소하고 지방으로 바뀌는데, 지방세포는 다양한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 케모카인 등 대사물질의 분비를 자극하므로 고령일수록 췌장지방증으로 인한 췌장염 발생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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