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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글돈글]"마을버스 기사 급구"…日 버스업계, 인력난에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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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기사 3만6000명 부족

낮은 처우·베이비붐 은퇴로 인력난

노선 줄이고 굴절버스 도입 등 대책 마련

처우 개선이 근본적 해결책 지적도

코로나19는 노동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질병의 확산으로 많은 근로자는 일터를 떠났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종료된 이후에도 이들은 직장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들이 떠난 자리는 현재까지도 채워지지 않아 많은 기업이 일손 부족에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운수업계도 코로나19 이후 이처럼 극심한 일손 부족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 운수 회사들이 운전기사를 구하지 못해 노선을 감축하기 시작하면서 버스 업계의 인력난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산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일본 운수업계의 현주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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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재팬 가이드 홈페이지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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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엔 기사 3만6000명 부족…연봉 평균 대비 98만엔 적어

일본 버스협회는 베이비붐(1955년~1963년생)세대 대다수가 은퇴를 맞이하는 2030년이 되면 운전기사 수가 9만300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일본 버스 기사의 평균 연령은 53세로, 향후 7~8년 이내에 기사 수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운수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원수에 현저히 못 미치는 규모입니다. 버스협회는 전국 800개의 버스회사가 현행 노선을 유지할 경우 이보다 최소 3만6000명의 기사가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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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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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가 아닌 현시점에도 운수업계는 빠르게 인력이 줄어드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버스업체들이 책정한 올해 필요인력은 12만1000명인데, 실제 종사하는 운전기사 수는 이보다 1만명 적은 11만1000명에 불과합니다.

운전기사 수는 과거와 비교해도 크게 줄었습니다. 일본의 홋카이도 버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도내 버스 운전기사 수는 5496명으로, 30년 전인 1993년 대비 32%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년에는 운전기사의 초과 근무까지 제한돼 일손 부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 정부는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을 막고자 잔업시간을 월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잔업시간 상한제를 시행 중입니다. 건설업종과 운수업계는 업계의 특수한 상황을 이유로 시행이 유예됐는데 내년부터는 운수업계도 개정안 적용 대상에 포함됩니다.

코로나19로 운전기사들의 은퇴가 빨라진 것이 인력난의 원인이 됐습니다. 감염을 우려한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승객들이 대폭 감소했고 기사 1인당 버스를 운전할 수 있는 횟수가 줄어들었습니다. 일본 버스업체는 최소한의 기본급에 운전 횟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급여를 지급합니다. 이에 승객 감소로 운전을 할 수 없게 된 버스 기사들은 생활고를 이유로 은퇴를 택하게 됐지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대비해 운전기사를 확보해야 하지만 직원 채용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운수업계의 적극적인 신규채용에도 구직자들은 낮은 임금을 이유로 지원을 기피하고 있습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버스 운전사의 평균 연봉은 399만엔, 한화로 약 3621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일본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 대비 98만엔이나 낮은 수준입니다.

버스업계, 필수 인력보다 1만명 부족…노선 줄이고 사업 중단

일손 부족이 심화하면서 그 여파는 시민들에게까지 확산하고 있습니다. 버스를 몰 기사들이 부족해지면서 업체들이 노선을 감축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사카부 돈다바야시시에서 버스를 운행 중인 금강자동차(콘고자동차)는 오는 12월20일부터 버스 사업을 접겠다고 밝혔습니다. 히로시마시 내의 7개 버스 업체들도 기존 버스 운행 노선의 6% 가량을 감축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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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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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 감축을 원하지 않는 기업들은 인력난을 타개할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운전기사 1명당 더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도록 굴절버스(BRT)를 도입하는 것이 대안으로 부상했습니다. 굴절버스는 버스 2량을 한대로 이어붙인 버스로 마치 바퀴가 달린 기차와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가나가와현은 3년간 운전기사 300명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113인승 굴절버스를 도입해 노선을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히로시마시는 8개의 버스업체가 공동 운행 체제를 꾸려 업체 간 중복 노선을 없애고 효율적으로 버스 노선을 짜는 방안을 구상 중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업체들의 이 같은 노력을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인력난의 본질은 낮은 처우에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마이니치 신문은 도쿄의 버스업체 22곳이 공동개최한 채용박람회를 찾은 20대 청년들이 적은 임금을 듣고 취업을 머뭇거렸다는 내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버스 기사 부족 문제의 본질은 임금에서 비롯됐는데, 어째 해결책은 다른 곳에서 찾는 것 같습니다. 버스 운전기사 연봉이 낮다는 인식을 바꿀 수만 있다면 청년들을 채용하는 것이 더욱 쉬워지지 않을까요. 앞으로 일본에서 버스를 타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건 필자만의 생각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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