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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야구의 ‘기적’...이만수가 뿌린 ‘씨앗’→AG ‘사상 첫 승’으로 돌아왔다 [SS항저우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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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라오스 야구 국가대표팀 김현민 감독(왼쪽)과 이만수 전 SK 감독. 사진제공 | 헐크파운데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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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동영기자] 라오스 야구가 기적을 썼다. 이만수(65) 전 SK 감독이 라오스에 ‘야구 씨’를 뿌린지 10년. 거대한 결실을 맛봤다. 아시안게임에서 1승을 따냈다.

라오스는 27일 중국 저장성 샤오싱 야구소프트볼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예선에서 싱가포르에 8-7의 승리를 거뒀다. 6회에만 5점을 뽑으며 웃었다.

전날 태국에 1-4로 패했다. 그러나 이날 싱가포르를 잡고 분위기를 틀었다. 이로써 본선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태국-싱가포르전이 남았으나, 태국의 승리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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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야구 대표팀 김현민 감독(왼쪽)과 이만수 전 SK 감독. 사진제공 | 헐크파운데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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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감독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야구를 보급하기 위해 낯선 라오스로 넘어간지 10년이 됐다. 베트남에도 야구를 보급하는 중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기에, 이번 승리가 반갑다. ‘목표는 아시안게임 1승’이라 했다. 그 꿈을 이뤘다.

이만수 감독은 “모두 마음가짐이 대단했다. 라오스 문화가 원래 이렇지는 않다. 보는 이들이 놀랄 정도다. ‘정말 이길 수 있을까’ 했다. 진짜 이겼다”고 했다.

이어 “아무도 없는 코치실에 앉아 눈물을 한없이 흘렸다.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이나 내게 국제대회에서 첫 승은 그 어느 승리보다 값지다. 월드시리즈 우승 때도, 선수 시절 3관왕을 했을 때도 울지 않았다. 이번에는 한없이 눈물이 흐른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이만수 감독이 보내온 메시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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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SK 감독(가운데)과 라오스 야구팀 스태프. 사진제공 | 헐크파운데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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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6일) 태국에게 아깝게 지는 바람에 오늘(27일) 싱가포르 팀과의 경기에서는 그라운드에서 죽을 각오로 코칭스태프부터 시작해 선수 모두가 마음가짐이 대단했다. 무엇보다 라오스 문화는 절대 이런 문화가 아니다. 그래서 제인내 대표가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요즈음 몇번씩 놀라는지 모른다.

솔직히 이번 중국항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때만 해도 태국 팀이나 싱가포르에게 이긴다는 생각을 많이 해보지 못했다. 인터뷰할 때나 지인들에게 이야기할 때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반드시 첫 승을 하겠다는 말로 큰소리쳤지만 태국이나 싱가포르에게 이길 수 있을까?

그런데 어제(26일) 태국과 경기를 보고 나서 내일(27일) 있을 싱가포르에게 이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왜냐하면 어제도 나의 페이스북에 글을 썼지만 선수들은 대학만 졸업하면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선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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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SK 감독(가운데)과 라오스 선수들. 사진제공 | 헐크파운데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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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기량들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 야구를 그만두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선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길게 5~6년 된 선수가 있는가 하면 1~2년밖에 되지 않은 선수들도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 중에 있다.

선수들의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기에 이번 태국 전과 싱가포르 전에서 첫 승리를 한다는 것은 정말 너무나 큰 산을 올려다보는 느낌이다.

그러나 나의 인생철학인 “ Never ever give up “ 자세로 선수들을 동요하며 야구장에서 그들과 함께 하면서 파이팅을 외치고 선수들의 가슴을 주먹으로 치면서 용기를 주었다. ‘너희들은 할 수 있다’ ‘ 반드시 첫 승리를 할 것이다’라며 라오스 말로 ‘수수’ 우리나라 말로 ‘파이팅’ 소리 지르면 선수들도 함께 따라 하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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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SK 감독. 사진제공 | 헐크파운데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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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라오스 문화는 뭉치거나 죽기 살기로 경기하는 일은 좀처럼 일상생활에서 찾아보기가 어려운 나라다. 그런데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태국 전과 싱가포르 전에서 모든 선수들이 목이 쉬도록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을 보고 솔직히 나도 깜짝 놀랐다. 이런 정신력이면 얼마든지 싱가포르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의 승리는 제인내 대표와 김현민 감독 그리고 이준영 감독의 헌신과 희생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늘의 최고 수훈선수들은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이들 선수가 잘 할 수 있도록 수년 동안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그리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이런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 내었다.

오늘 경기는 역전에 또다시 재역전을 번갈아 하면서 정말 마지막 9회까지 손에 땀을 쥐며 힘든 경기를 했다. 마지막 9회초 스리아웃까지 밴치에서 꼼짝하지 않고 이것을 지켜보는 심정은 정말 숨이 막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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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SK 감독. 사진제공 | 헐크파운데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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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다고 하는 ‘케네디 스코어’인 8-7로 이겼기 때문에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이렇게 역전에 또다시 재역전 다시 역전에 재역전까지 경기를 지켜보는 중국인들은 재미있을지 모르나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이나 스태프진들은 숨을 죽이며 마지막까지 마음을 조아리며 모든 경기를 다 지켜 보아야 했다.

경기가 다 끝나고 중국 담당자가 우리에게 다가와 말했다. 야구를 잘 모르는 중국인들이 오늘 경기인 라오스 팀과 싱가포르 팀과의 경기를 보면서 “야구가 이렇게 재미있고 긴장감 넘치는 경기인 줄 몰랐다”고 했단다. 많은 중국인들이 ‘엄지척’을 했다고 한다.

마지막 9회초 스리아웃이 되자마자 곧바로 그라운드로 뛰쳐나가 선수들과 함께 마운드에서 뒹굴었다. 모든 것들이 다 불가능처럼 보였던 일들이 10년 만에 기적처럼 모든 꿈이 다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선수들과 함께 마운드에서 뒹굴었는데 누구할 것 없이 눈물을 흘렸다. 누가 보았으면 꼭 금메달 딴것처럼 오해했을 것이다. 그만큼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는 첫 승리가 금메달보다 더 값진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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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하는 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이사장. 사진제공 | NC 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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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승하차마저 갑자기 모든 선수들이 달려와 나를 헹가래 쳐주었다. 공중에 3번 뜨면서 지난 10년의 시간들이 순식간에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라오스에 들어간 지 10년 동안 말하지 못하는 숱한 어려움과 힘든 일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올 수 있어 감사할 뿐이다.

아무도 없는 코치실에 앉아 눈물을 한없이 흘렸다.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이나 나에게 국제대회에서 첫 승리는 그 어느 승리보다 값진 것이다. 솔직히 88년 만에 시카고 화이트 삭스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도 , 선수 시절 삼관왕과 최고의 기록을 세워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러나 왠지 모르는 눈물이 한없이 나의 볼을 향해 내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묵묵하게 말없이 나의 뒷바라지를 위해 헌신한 사랑하는 아내한테 오늘의 첫 승리를 바치고 싶다. 여보~ 정말 고마워요. 당신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사랑이 없었다면 인도차이나반도에 야구 보급은 불가능했어요.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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