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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 보고도 교감 가능”... 1시간에 10만원 부르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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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국내 한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한 방문객이 추모의 공간을 찾아가 자신의 반려견 납골함과 사진들로 꾸며놓은 작은 공간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다. /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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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의 토끼인 꾸미와 로로를 키우던 정모(34)씨는 6살이던 꾸미를 지난 12일 떠나 보낸 후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게 상담을 의뢰했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는 동물과 교감하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며 반려인들을 상담해주는 이들이다. 평소 꾸미와 로로는 매일 같은 방에서 뛰어놀 만큼 친밀하게 지내는 사이였다고 한다. 그러나 꾸미의 신체 일부에서 종양이 발견됐고, 그로부터 불과 일주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정씨는 “꾸미가 세상을 떠난 날 바로 화장(火葬)을 했는데, 로로는 꾸미가 죽은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며 “로로의 표정을 보면 꾸미가 어디에 있는지 찾고 있는 것만 같아 로로의 마음을 읽고 싶어서 상담을 신청했다”고 했다.

이 상담사는 정씨에게 토끼들의 사진과 이름을 요구한 후, 토끼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정씨는 상담사에게 “로로는 꾸미가 죽은 걸 알고 있는지” “주인인 자신을 알아보는지” 등의 질문을 보냈다. 그러자 상담사는 “로로에게 인사해보니 의심하는 듯한 눈초리를 보내더라”며 “상대방의 말을 쉽게 믿지 못하는 성격인 것 같아 직접 소통해보는 데 시간이 5분 이상 걸렸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주인과 가족들 모두 자신의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상담을 마친 정씨는 “상담 후 로로를 쓰다듬으니 별다른 반항 없이 차분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며 “상담이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씨는 30분 동안 상담을 받은 후 5만원의 상담 비용을 지불했다. 이 상담사는 상담 시간에 따라 비용을 다르게 받는데 15분에 3만원, 30분에 5만원의 비용을 받는다고 한다. 상담 전 정씨에게 그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서만 상담을 진행한다”며 “30분이면 6개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받을 수 있지만, 대화가 길어져 시간 내에 끝나지 않으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상담을 받은 정씨는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려고 큰 기대 없이 의뢰했는데 대부분 맞는 내용인 것 같아 신기했다”며 “마음이 편해지는 효과를 봤다”고 했다.

정씨처럼 반려동물의 마음을 읽기 위해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살아 있는 동물은 물론, 죽은 동물과도 교감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실제로 심리적으로 편안해지는 효과가 있다”는 반응과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동물을 데리고 장난치는 사기 행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라는 해시태그로 올라온 게시물은 무려 1만개가 넘을 정도로 반려인들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담 행위가 일종의 사기 행위라고 느끼는 반려인도 있었다. 키우던 강아지가 지난 5월 13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김모(26)씨는 “죽은 강아지와 사후교감을 할 줄 아는 상담사가 있다”는 친구 소개로 다른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를 찾았다. 김씨는 이 상담사에게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의 사진과 궁금한 질문들을 보내고 10만원의 상담 비용을 지불했지만,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강아지와 생전에 쌓은 추억에 대해 강아지가 실제 느꼈을 감정이 궁금했는데 상담사가 ‘강아지에게는 과거보다 현재가 더 중요하다’고 답변을 피했다”며 “의아함이 들어 환불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위로를 받으려고 상담을 의뢰했지만 사기를 당한 기분이 들어 상담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러한 논쟁을 두고 전문가들은 “반려동물과 가장 잘 소통할 수 있는 이들은 반려인 본인”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관계자는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난 후 마음을 추스르기 어려울 경우에는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며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 의존해 단기적인 심리 안정을 얻는 것은 제대로 된 치료 방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조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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