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간 토끼는 뭘 하고 살까. 도교에선 매일 불로장생 영약(靈藥)을 열심히 찧는다고 한다. 신선들이 영약을 도둑맞을까 저어하여 인간이 갈 수 없는 달에서 약을 만들게 했다. 두 설화를 연결하면 결국 자기 몸을 희생해 불로 뛰어든 토끼가 달에서 불로장생 약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늙지 않고 오래 살게 하는 명약에 대해 인류는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다. 진시황은 부하들을 이곳저곳에 보내 불로초를 찾게 했다. 요즘도 다르지 않다. 미국 기업가 브라이언 존슨(45)은 젊음을 되찾으려 18세 아들의 피를 수혈받았다. 젊은 나이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번 그는 한 해 25억원씩 써가며 젊어지기 위해 애쓰고 있다. 건강 전문가를 고용해 노화 억제 연구소도 차렸다. 덕분인지 그의 현재 신체는 실제 나이보다 약 5세 젊다고 한다. 들인 금액에 비해 다소 가성비가 떨어지는 젊음 같지만.
젊은 쥐와 늙은 쥐의 혈관을 이어 피를 교환하게 해 생명 연장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최근 듀크대 의대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로 쥐의 수명이 평균보다 약 6% 늘어난 걸 발견했다. 다만 미국 FDA는 이 연구 결과에 대해 “확실치 않아 위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시 달 토끼가 찧는 약절구로 돌아가보자. 토끼가 만든 약은 인간을 오래 살게 한다는 ‘단약(丹藥)’이었다. 고대 군주들이 먹었다는 단약은 주성분이 수은·황·납 산화물이었다. 영약이 아니라 독약이었다. 탐욕이 불러온 역설이다.
안티에이징과 건강을 위한 운동이 최우선 화두가 된 요즘이다. 그런 조바심 속에 정작 마음의 평화는 등한시하고 있지는 않을까. 오늘부터 시작되는 긴 추석 연휴 동안 여유롭게 쉬는 게 명약이다. 달에는 명약이 없다.
[김희선 소설가·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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