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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도 안꺼져” 순식간에 시속 188㎞... 전기차 택시 급발진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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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새벽 대구 수성구 들안로서 1분간 2.5km 질주한 택시

신호 대기중인 차량, 인도 위 행인 치고 전복된 채 멈춰

사고 관련자 급발진 의심 주장

블랙박스에 급박한 대화 고스란히 담겨

“브레이크 잡아도 안 돼요?”(승객) “안돼, 안돼. 브레이크 (이미) 잡았어.”(택시기사)

“시동을 한 번 꺼보세요. 시동을.”(승객) “시동 껐는데 안 꺼져, 안 꺼져.”(택시기사)

비오는 한밤중 대구 수성구 한 도로에서 전기차 택시가 신호를 무시하며 시속 188km로 질주해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아 2차 사고까지 이어지며 7명이 크게 다쳤다. 사고 관계자들은 갑자기 속도가 치솟는데도 브레이크가 듣지 않고, 시동이 꺼지지 않았다며 급발진이 의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당시 급박한 상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에는 택시기사와 승객이 나눈 대화 속에서 이같은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27일 조선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5일 오전 12시 41분쯤 대구 수성구에서 손님을 태운 전기차 택시가 들안길삼거리에서 수성시장네거리 방향 들안로를 주행 중에 반대차선에서 침범한 SUV와 충돌했다.

문제는 이 충돌 직후 발생했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시속 50km로 정상주행하던 차량은 충돌 직후 갑자기 속도가 오르기 시작했다. 가속 36초만에 차량 속도는 시속 188km를 찍었다. 영상에서 차량 속도가 올라가자 택시기사가 당황한 듯 “어이고” “큰일났다”를 연신 외쳤고, 승객이 기사를 향해 “브레이크 잡아보라” “시동을 꺼보라”고 다급하게 말하자 택시기사는 모두 작동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렇게 1분여동안 2.5km를 질주한 택시는 수성시장네거리 2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다른 택시를 박은 후 미끄러지면서 중앙선을 넘어 인도까지 침범해 행인을 쳤다. 이 택시는 이렇게 250m를 더 밀려가서야 전복된 상태로 멈춰섰다. 다른 택시도 사고 충격으로 옆에 있던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연쇄적인 사고로 7명이 다쳤고, 대부분 골절상 등을 입었다. 정확한 피해금액은 아직 산정되지 않았다.

조선일보

사고 후 전복된 전기차 택시. /MBC 보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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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택시 승객 A씨는 “택시가 좀 가다가 울렁거리더니 1차 사고가 있었다. 그런데 이후 상당히 빠른 속도로 택시가 달려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뒷좌석에서 반쯤 일어나 기사에게 ‘시동버튼을 눌러요’ 소리쳤는데 기사가 몇번을 눌러도 소용이 없었다”며 “순간적으로 기사의 다리를 봤는데 개구리 뒷다리처럼 팔자로 벌어져 있었고, 발이 엑셀 쪽에 위치하지 않은 것이 보였다”고 했다.

이어 “당연히 말로만 듣던 급발진으로 확신돼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고, 앞좌석 목받침대 기둥을 양손으로 잡고,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이때의 공포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며 “수십초의 시간이 지나고 쾅 하는 소리가 나면서 수십번의 충격을 받았고, 차가 전복되어 몇바퀴 돌았다”고 했다.

그는 “비오는 한밤에 시내 한복판에서 택시기사가 승객을 태우고 신호를 무시하며 시속 188km까지 가속페달을 밟다 사고가 났는지, 차량 결함으로 이런 일이 생겼는지는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며 “저는 첫번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고 당시) 택시기사는 침착했고, 승객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고, 긴 시간 (질주하는) 동안 차들을 피해서 달렸다”고 했다.

경찰은 전기차 택시의 EDR(사고기록장치), DTG(운행기록계)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속도, 가속페달 변위량, 브레이크 페달 조작 여부, 핸들조향각 등 분석을 의뢰할 계획이다. 또 블랙박스 영상, 사건 관련자 조사 등을 종합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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