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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꼬박 걸려 77㎞ 왔다”…카라바흐 주민 12만명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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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 카라바흐 점령 1주일 만에

아르메니아계 4분의 1 국경 넘어


한겨레

나고르노카라바흐 난민들이 26일 아르메니아의 국경 도시 코르미조르에 도착해 내리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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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점령한 뒤 이 지역에 살던 아르메니아계 주민 4분의 1이 탈출했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26일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계 주민 2만8천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아르메니아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장악한 뒤 1주일 만에 12만명 남짓한 아르메니아계 주민의 4분의 1이 아르메니아로 탈출한 셈이다.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에 사는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의 시민권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은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재통합 절차에 들어가면 보복과 차별 등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법적으로 아제르바이잔 영토의 일부로 인정되지만,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대다수여서 그동안 광범한 자치가 허용되어 왔다. 그러나 1991년 12월 소련 붕괴 뒤 아제르바이잔은 이 지역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시도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옆 나라 아르메니아와 1992년~1994년과 2020년 9월말 2차례 전면전도 치렀다. 아제르바이잔은 2020년 전쟁에서 아르메니아에 승리해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제외하고 아르메니아에 빼앗겼던 주변 영토를 탈환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올해에는 나고르노카라바흐와 아르메니아를 잇는 유일한 통로인 ‘라친(라츤) 회랑’을 몇달간 봉쇄한 뒤 지난 19일 나고르노카라바흐에 공습 등 무력 공격을 했고,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계 자치정부는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하루 만에 군 병력의 무장해제에 동의했다. 아르메니아 정부도 이전과 달리 개입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떠나 라친 회랑을 통해 아르메니아로 들어가려는 차량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트럭 짐칸에 가득 타고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트랙터에 올라 피난길에 오르고 있다. 사위가 모는 차에 손자·손녀 등 6명과 함께 타고 온 나린 샤카리안은 “24시간이 걸려 77㎞를 왔다”며 “오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아이들이 내내 배고프다고 칭얼거렸다”고 말했다.

한겨레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최대 도시 스테파나케르트에서 나가는 길의 주유소에는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들로 붐비고 있다. 25일엔 스테파나케르트 외곽의 한 주유소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많은 이들이 숨지고 다쳤다.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옴부즈맨은 이 사고로 68명이 숨지고 105명이 실종했으며 30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당국은 폭발 사고 원인에 대해 아무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아르메니아를 방문한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서맨사 파워 처장은 아르메니아를 겨냥해 ”휴전을 지키고 나고르노카라바흐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 조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파워 처장은 앞서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를 만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미국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난민을 위해 1150만달러(155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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